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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탁구신동 유승민 "中 꿇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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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탁구신동 유승민 "中 꿇어"

입력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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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이 무너졌다. 스물 두 살의 ‘태극 청년’ 유승민(삼성생명ㆍ세계랭킹 3위)이 중국의 자존심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신이 내린 아이라 불리었다. 9살 때 그의 삼촌이 고사리 손에 탁구 라켓을쥐어줄 때만 해도 그가 세상 위에 우뚝 서리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88서울올림픽 때 금메달을 딴 ‘유남규 아저씨’가 멋있어 재미 삼아 시작했던 탁구였다.

중학생이 된 유승민은 늘 성인 선수들과 연습을 해야 했다. 또래 중에는 그의 적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3학년이던 97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연소 국가대표였다. 18세 나이로 처음 출전한 시드니 올림픽. 이철승과 짝을 이룬 복식 3,4위전에서 그는 ‘해내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으로 실수를 연발, 다 잡은 동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단식은 1회전 탈락했다.

올림픽이 끝나자 ‘신동은 신동일 뿐’이라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그리고시련의 시간이었다. 2001년 고교 졸업 후 실업팀 진출 과정에서 이중등록파문에 휩싸여 1년 동안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제주삼다수(현 농심삼다수)와 삼성생명이 그를 서로 데려 가겠다며 자존심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탁구협회의 중재로 유승민은 삼성생명에 자리를 잡았다.

시련은 유승민을 거듭나게 했다. 자만을 버리고 자신에 대한 담금질을 거듭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서 유승민의 ‘신기(神氣)’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탁구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은 유승민은 올해 들어 이집트오픈에 이어 US오픈(이상 단식ㆍ복식), 크로아티아오픈, 중국오픈(이상 복식)까지 석권하며 세계랭킹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아테네올림픽에서 그가 ‘큰 일을 해 낼 것’이라는 기대는 부풀어 갔다. 유승민 스스로도 삭발을 하면서 결전의 의지를 다잡았다.

23일 남자탁구 결승 5세트 10-9로 리드. 유승민의 3구째 강력한 드라이브가 순식간에 왕하오의 오른쪽 허리를 찔렀다. 왕하오의 라켓에 빗맞은 공은 녹색테이블을 비켜나가 오른쪽으로 떨어졌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던 유승민은 김택수 코치에게 달려가 풀썩 안겼다. 유승민이 바르셀로나(1992) 동메달에 그쳤던 스승의 한을 풀어준 날이자 한국 남자탁구가 만리장성을 허물고 세계정상에 우뚝 선 날이었다. 갈라치홀은 오롯이 한국 탁구의 새 장이었다.

88서울올림픽 유남규에 이어 16년만의 쾌거였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유승민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너무 기쁘다. 뒷바라지 해주신 어머니와 코칭스태프에게 영광을 돌리고싶다.”

-금메달 예상했나.

“왕하오에게 이긴 적이 없어 자신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긴장을 많이했다. 하지만 경기를 시작하고 작전이 잘 먹혀 들어가 어느 정도 기대를 했다.”

-승부처는.

“6세트 9-9 동점에서 리시브를 강하게 받아넘기고 (10-9) 리드를 잡으면서 자신감을 얻어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위기는 없었나.

“3-1로 앞서고도 5세트를 듀스 대결 끝에 11-13으로 역전 당해 순간 흔들렸다. 하지만 김택수코치가 마음을 안정시켜줘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갈수 있었다.”

-16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인데.

“서울올림픽때 금메달을 따고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많이 하는 등 붐이 일어났지만 이후 침체기를 겪었다. 한국 탁구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을 계기로 탁구 인기가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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