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0㎞ ‘잔물결 구간’에 대비하라.”실전만큼 중요한 교사는 없다. 23일 새벽(한국시각) 세계의 여성 건각 82명 중 16명이 중도 포기한 아테네 마라톤 ‘클래식 코스’. 이은정(23ㆍ충남도청) 정윤희(21ㆍSH공사) 최경희(21ㆍ경기도청)가 각각 19, 23, 35위로완주했다. 88서울올림픽 15위(이미옥)에 이후 최고 성적이다. ‘톱10’의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여자마라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주일 뒤(30일 자정) 결전을 앞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4ㆍ삼성전자)에게 그들의 경험은 생생한 정보다. 결승선을 지난 세 자매가 ‘클래식코스 공략법’을 전했다.
무더위는 예상대로였다. 이날 경기는 현지시각으로 오후6시에 시작됐지만35도의 햇빛이 시야를 가렸다. 이은정은 “더위보다 정면에서 비치는 햇살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또 “아스팔트 지열보다 건조한 공기가 문제였다”고 전했다. 초반의 고비는 첫 오르막이 시작되는 15㎞ 지점. 최경희는 “처음 만나는 언덕인 15㎞지점이 나중의 가파른 25㎞ 지점보다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16명의 포기자 중 9명의 선수가 10~15㎞ 구간에서 달리기를 멈췄다.
오르막이 절정으로 치닫는 25~32㎞ 구간은 누구에게나 다 힘들었다. 21위로 골인한 북한의 정영옥은 “온도는 별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28㎞ 지점에선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숨이 가빴다”고 털어놓았다. 부산아시안게임(2002) 우승으로 기대를 모았던 북한의 함봉실은 20㎞ 지점에서 체력고갈로 무너졌다.
진짜 승부처는 힐란드리로 불리는 마지막 10㎞. 정윤희는 “32㎞ 지점에서오르막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도 내리막이 아니었다. 은근히 경사가 이어져 페이스 조절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은정 역시 “체력소모로 35㎞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해발 250m를 넘어섰지만 선수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짜증날 정도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오르막과 내리막, 이른바 ‘잔물결 구간’이 선수들의 마지막 기력을 빼앗았다. 36㎞ 표지판 앞에서 무릎을 꺾고 눈물을 흘린 ‘마라톤 여제’ 폴라 래드클리프(영국)가 좋은 반면교사였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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