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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5·18묘역 전원참배" 격론…黨정체성 갈등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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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5·18묘역 전원참배" 격론…黨정체성 갈등 비화

입력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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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출범 이후 잠수했던 당내 노선 갈등이 23일 마침내 터져 나왔다.28∼30일 전남지역서 당 연찬회를 마친 뒤 소속의원 전원이 광주 5·18 묘역 참배를 하자는 당 지도부의 계획에 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반발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차라리 지역정당에 주저 앉겠다고 선언해라"고 비난하면서 양측은 격한 감정싸움까지 벌였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이방호 의원이 "당이 견지해 온 정체성과 노선을 볼 때 전체 의원이 참배하는 문제는 의총 등에서 걸러야 할 사안"이라고 제동을 걸면서 불씨를 던졌다. 그러자 김용갑 의원은 "5·18이 법적으론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됐지만, 정서적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호남에서 개최되는 연찬회 불참을 선언했다.

안택수 의원도 "싫다는 사람에게 짝사랑 노래나 부를 때가 아니다"라며 호남 연찬회 자체에 반대한 뒤 "북한 핵무기가 언제 전쟁을 도발할 지 모르고 방송에서 적기가(赤旗歌)가 나오는 국가위기 상황에서 섬진강 산책을 하자니, 춘삼월 호시절의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상배 의원도 "서울에서 하면 될 걸, 공연히 반쪽 연찬회 만들지 말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원희룡 의원은 의원 전원 참배 강행을 주장하면서 "전국정당으로 통일을 이루고 세계로 뻗어 나가자면서 역사적 상처에 먼저 다가가 끌어 안지 않으려면 지역 정담임을 선언하고 주저 앉는 게 낫다"고 반박했다. 심재철 의원은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이므로, 참배가 자유민주주의라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오히려 강화시킨다"고 가세했다.

정병국 의원도 "한나라당 전통 지지 층은 5·18 묘역 참배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집권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희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연찬회 한다고 우리 지지자들이 금세 우리당으로 달려가진 않는다"라고 거들었다.

이처럼 소장파가 날선 공격을 퍼붓자 이방호 의원은 "당에 위계질서가 있는데 선배를 박살내면서 완장부대 혁명하듯 하지 말라"고 윽박질러 일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김덕룡 원내대표가 마무리 발언에서 "연찬회가 서로를 충분히 알게 돼 동지적 결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봉합에 나섰지만, 어차피 구조적 대립관계에 있는 영남과 수도권 의원들간 갈등이 적나라하게 표면화한 이상 쉽사리 잦아들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한나라당이 연찬회를 기점으로 격렬한 노선 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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