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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사학법 개정은 불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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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사학법 개정은 불순한가

입력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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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를 빼앗아 교수, 교사에게 주자는 공산주의적 발상이다.”“현 정국은 사회주의로 가는 길목이며 사립학교를 제일 먼저 때려잡을 것”“전교조는 사학재단을 ‘약탈적 자본’으로 규정하는 위험한 세력이다.”…지난주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와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 사학관계자들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성토장이었다. 이들의 말을 듣다 보면 사립학교법이 개정될 경우 우리나라가 당장이라도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로 전락할 것 같은 섬뜩한생각이 든다.

3년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2001년 여당인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시도하자 사학재단과 보수단체들은 자극적이고 격렬한 문구를 쓰며 극단적인 이념 갈등을 부추겼다.

“학교를 집단적으로 운영하려는 사회주의 혁명적 발상” “인민위원회의사학 접수 전야” “재단의 사유재산을 인정치 않으려는 좌익세력의 음모”…

당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그들의 의도대로 국회에서 공방만 벌이다 유야무야 됐다.

사립학교법 개정 얘기만 나오면 색깔공세를 펼치기에 주저하지 않는 사학관계자들의 발상이 새로울 것도 없다. 그것이 반대파를 제압하는 데 가장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도 이념 시비가 먹혀 들어가는지 교육인적자원부는 당초 방침을 완화하는 등 꼬리를 내리고 있다.

과연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우리의 국기를 흔들고 공산주의를 들먹일 만큼위험한 것일까.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장에게 교직원 임면권 부여, 비리임원의 복귀 제한기간 연장, 이사회 친인척 비율 하향조정 등 재단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족벌체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런 것이 사학의 기본을 말살하고, 사학을 몰수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볼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자고 나서는 데는 다분히 사학의책임이 크다. 그동안 일부 재단이 학교운영에 전권을 행사하면서 각종 비리, 부정행위를 해온 게 사실 아닌가.

대부분의 사학 분규도 재단 이사장이나 이사의 전횡, 비리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최근에도 한 대학총장이 수백억의 교비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학내분규에 따른 재단의 보복인사로 교사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사립학교 문제는 1970년대 학생수가 급증하면서 재정이 부족한 정부가 학교설립을 민간에 떠맡긴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당시 정부는 땅과 최소한의 수익용 재산만 갖고 있으면 학교설립을 허가했고 부실한 재단은 비리가 잉태되는 단초가 됐다.

진정으로 육영사업에 뜻이 있는 사람보다는 졸부와 자산가들이 버젓이 학교설립자로 행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시대에 만들어진 사립학교법이 제대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사학의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공공성도 그에 못지 않게 소중하다.내 돈 가지고 내가 학교 세웠으니까 교수와 교사를 내 마음대로 채용하겠다는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 비리를 저지르더라도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는 풍토도 시대착오적이다.

비민주적이고 반교육적인 부패사학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우리 교육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더 이상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허송세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충재 사회1부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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