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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벌 과거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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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벌 과거 고백

입력
200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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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이 왜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다. 이익을 위해서, 아니면 사회 공헌을 위해서? 요즈음 이 같은 논쟁이 한창이다. ‘재벌’이라는 우리만의 독특한 조직때문이라고 보지만,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단호하다. 그는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부진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한국 기업의 활력은 지난 40년래 가장 저하된 상태며 기업가 정신도 악화해 있다.” 정구현 한국경영학회장이 최근 열린 ‘2004 경영관련학회 통합 학술대회’에서 한 말이다. 국민에게 퍼져있는 반 기업 정서가 문제라는 것이다. 중ㆍ고교 교사 10명 중 우리나라 부자들이 돈을 모은 것은 열심히 일한 결과라는 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이 중ㆍ고교 경제ㆍ사회 담당 교사 1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얼마 전 ‘부자론’을 이야기했다. 부자가 돈을 써야 경제가 산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부자들이 자산 관리인을 고용해 매년 자신들이 망하지 않을 정도로 쓸 돈의 범위를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열심히 소비를 하고 있다”며 부자들이 돈을 안 쓰면 나라가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경우 부자들이 돈을 쓰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며 부자들이 돈을 쓰는 것에 대한 갈등 구조가 사라지고 자본주의 경제적 마음이 생겨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과거사 고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예전에 잘못한 일을 스스로 알아서 밝히고 반성하자는 것이다. 재벌들의 과거사 고백은 어떨까. 재벌의 성장과정을 볼 때 노동자들의 탄압과 착취는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잘못은 정경유착이 아닐까. 각종 비자금, 불법이거나 변칙적인 정치 자금 제공, 그러면서 떡고물처럼 챙기는 각종 이권 등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재계는 시장경제 원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교과서를 개정토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전에 왜 반 기업 풍토가 만연하는가에 대한 자체 반성이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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