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성은 끝났다. ‘신데렐라’를 주목하라.”22일 오전 4시55분(한국시각) 올림픽스타디움 육상여자100m 결승전. 예선 1, 2회전과 준결승에서 10초94를 기록, 유일하게 11초 벽을 깬 율리야 네스테렌코(25ㆍ벨로루시)가 10초93에 피니시 라인을 끊는 순간, 세계는 숨을 멈췄다.
10m를 남겨두고 폭발적인 스퍼트를 펼치며 선두주자 로니 윌리엄스(21ㆍ미국)를 100분의 3초 차이로 따돌렸다. 24년간 여자 100m 금메달을 싹쓸이해 온 미국의 아성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올시즌 최고기록 10초77을 갖고 있는 이베트 라로바(20ㆍ불가리아)와 베로니카 캠벨(22ㆍ자메이카ㆍ10초97)도 그의 스퍼트를 제지하지 못했다. 세계 최고기록은 그리피스 조이너(미국ㆍ98년 사망)가 88년 세운 세계기록 10초49.
173cm, 60kg의 다소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네스테렌코는 세계랭킹 3위로 기록되어 있었으나 로마대회 등 최근 4경기에서 11초06부터 11초32까지의 저조한 성적을 낸 ‘무명’인 셈이었다.
그의 경력은 구 소련에서 태어나 7종 경기로 육상을 시작, 지난해 파리세계선수권대회 여자 400m 계주 7위와 세계실내선수권 60m 3위가 고작이었다.
매리언 존스(29ㆍ미국)가 미국 선발전에서 탈락해 춘추전국시대 양상으로 우승 후보들이 거론됐을 때도 그의 이름은 거명되지 않았다.
네스테렌코는 경기 직후 “지난 6개월 동안 트랙 외에는 어느 곳에도 가지 않고 훈련에만 몰두했다”며 “다들 내가 예상 밖의 우승을 했다고 하지만 이미 철저한 준비가 돼 있었다”며 금메달이 이변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한편, 80모스크바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 6차례 올림픽에서 8개의 은ㆍ동 메달을 따낸 자메이카 출신의 스프린터 멀린 오티(44ㆍ여)는 새 조국 슬로베니아를 위해 생애 7번째 올림픽 도전했지만 준결승에서 만족해야 했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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