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의 여우’가 부리는 요술도 ‘긴팔 원숭이’의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유승민(22ㆍ삼성생명ㆍ세계랭킹3위)이 22일(한국시각) 아테네 갈라치올림픽홀에서 열린 탁구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스웨덴의 백전노장 얀 오베 발트너(39ㆍ세계랭킹20위)를 꺾고 결승에 진출, 은메달을 확보했다.
유승민의 긴 팔이 거둔 승리였다. 발트너는 쉐이크 핸드(라켓의 양면을 쓰는 라켓)를 떠난 공은 ‘여우의 요술’에 걸린듯 상대방의 몸 바깥 쪽으로 휘어 나가버린다. 현 대표팀 코치 김택수, 유남규 등 한국 탁구의 공격수들도 현역 시절 발트너의 ‘휘어 내치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러나 ‘긴 팔 원숭이’ 유승민은 달랐다. 세트스코어 1대1. 3세트 중반. 유승민은 특유의 긴 팔과 빠른 발을 이용, 바깥으로 휘는 발트너의 공을 드라이브로 받아내 연속 득점했다. 88년 이후 16년 동안 국제무대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발트너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발트너는 페이스를 잃기 시작, 내리 3세트를 내줬다. 유승민의 4대 1(11-9, 9-11, 11-9, 11-5, 11-5) 승리.
유승민은 23일 오후 8시, 88서울올림픽 유남규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상대는 준결승전서 세계 최강 왕리친을 물리친 세계 5위 왕하오(이상 중국). 유승민은 ‘이면 타법(팬 홀더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면을 이용하는 타법)’을 구사하는 왕하오에게 99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한 차레 이겼을 뿐 이후 6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유승민은 “왕하오의 이면 타법에 철저히 대비했고 컨디션도 너무 좋다”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한편 ‘최고 방패’ 김경아(27ㆍ대한항공ㆍ세계랭킹 6위)는 이날 여자 단식 3,4위전에서 싱가포르의 리쟈웨이를 4-1(9-11, 11-8, 11-7, 11-5, 11-8)로 이겨 동메달을 따냈다. 김경아의 동메달은 92년 현정화(현 대표팀 코치)의 동메달 이후 12년 만의 경사인 동시에 수비 전형으로는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김경아는 2001년 독일오픈과 일본오픈을 차례로 제패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늦깎이’ 스타. 그는 여자복식 3,4위전에서 아깝게 분패한 올림픽 메달 꿈을 단식에서 이뤄냈다. 반면 여자 단식 결승에 오르며 북한에 첫 금메달을 기대케 했던 김향미는 준결승서 김경아를 누른 세계랭킹 1위 장이닝(중국)에 0-4로 완패, 은메달에 머물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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