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랑구 A청소년센터. 부모가 헤어지거나 살림이 어려워져 맡긴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다. 이 센터의 운영을 책임진 총무 김모(35)씨는 요즘 상황을 묻자 얼른 통장부터 내보였다. 최근 2년간 수용 아동은 20명 가까이 늘었으나 후원금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3억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마저 바닥이 났다는 것. 그는 "외환위기 때는 보육시설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후원이 꽤 들어왔는데 요즘은 오래된 후원자들마저 지원을 끊는 형편"이라고 털어놓았다. A센터는 할 수 없이 올 들어 피아노 미술 등 특기적성교육과 외부클리닉을 통한 심리치료를 중단했고 상근직원도 12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보육원과 청소년보호시설 등 사회복지시설들이 경기 불황의 여파에 하루하루를 허덕이고 있다. 든든한 기둥이었던 기업후원이 거의 자취를 감춘 데다 개인 후원자들마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설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비용절감에도 한계가 있어 기본적인 의식주만 겨우 해결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도 불황 속에 시설에 맡겨지는 아동 및 청소년의 수는 계속 늘어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81명의 무의탁 아동을 수용하고 있는 서울 남현동의 상록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업 후원은 최근 2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개인후원금도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올해는 후원금과 정부지원을 합한 총예산이 필요경비의 40%밖에 안 된다. 상록원은 올여름 내내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마음껏 돌리지 못했다. 시설 관계자는 "한창 성장기의 아이들이라 식비를 줄일 수는 없고 아낄 수 있는 것은 전기료 수도료 등 공공비용뿐"이라며 "선풍기도 하루 3시간씩 정해 놓고 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복지시설에 적용되는 할인 수도요금도 부담스러워 지난해부터는 수돗물 대신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여름에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물 쓰는 것을 막기 힘들어 내린 결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황으로 버려지는 아동과 청소년은 계속 늘어 시설마다 아이들이 넘쳐난다. 서울시립아동복지센터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정식인가 복지시설에 입소한 아동수는 2002년 471명에서 지난해 521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7월 말 현재 이미 319명에 달해 연말까지는 600명 내외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 은평구 S보육원 생활지도교사 김모(34·여)씨는 "더 이상 후원금에 의존해서는 운영이 되지 않으니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호소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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