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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쌀 개방 반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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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쌀 개방 반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입력
200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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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 개방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농업단체들은 시장 개방, 즉 관세화를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쌀 관세화 유예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쌀 시장 개방을 막는 것이 과연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자. 쌀의 국내 도매가격은 국제 도매가격의 3~4배나 된다. 또한 수요 측면에서 쌀 소비는 줄고, 공급 측면에서는 쌀이 남아 창고에 쌓이고 있다.

쌀이 남는데도 우리는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이라는 제도 때문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을 제한하는 대신 일정량의 같은 농산물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제도이다. 관세화 유예를 고집하면 쌀 수출국은 MMA 수입량 증가를 요구할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일부 농업단체들은 쌀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식량은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식량자급도는 51%밖에 되지 않는다. 오직 쌀과 감자ㆍ고구마만이 100% 내외 수준이며 보리는 50%, 여타 곡물은 30% 이하 수준이다. 따라서 농업 생산성이 기적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식량의 자급자족은 어렵다.

특히 수출 위주 경제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지 자급자족은 아니다.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없어서 쌀 및 농산물 가격이 높아지면 노동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고, 생산비용이 높아져서 국제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다.

그 동안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아 농업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쌀 이외의 농산품이 개방되고, 정부도 쌀을 위주로 각종 안정화 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농민들에게 쌀이 가장 안전한 소득원이 되었다. 농민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농산물 재배를 포기하고 쌀을 더 많이 재배한 것 같다.

이는 쌀 과잉 공급 현상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농민으로 하여금 쌀 시장 개방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농민을 위해 앞으로10년간 119조 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이 중 75%는 보조금 형태로 지원한다고 한다. 농민 1인당 2,5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농민들이 누구보다 어렵게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경제는 열심히뿐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보다 현명하게,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농산물 시장 개방을 막는 것이 실제로 우리 경제와 장래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다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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