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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시베리아에 한국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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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시베리아에 한국 심기

입력
200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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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시베리아라고 하면 보통 러시아 중 우랄산맥 동쪽을 지칭한다. 하지만, 우리 러시아에서는 시베리아 대평원지대와 바이칼호 지역까지를 말하며, 그 동쪽은 극동지역이라고 한다. 술과 친구를 좋아하고 손재주도 있으며 솔직한 성격의 시베리아 사람들은 성질 급한 것만 빼면 한국 사람과 많이 비슷하다.의외로 한국 사람들이 시베리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처럼 시베리아 사람들도 삼성, LG, 대우 같은 가전제품만 기억할 뿐 한국에 대해 의외로 무지하다.

나는 국립 노보시비르스크대 동방학부 한국학과정의 1기 졸업생이었는데, 시베리아 최고의 대학이라는 이름도 무색하게 변변한 한국어 사전도 없었고 영어로 된 한국어 교재를 복사해 돌려보면서 아주 힘들게 공부했다.

물론, 3학년 때부터 마침 서울대에서 이 대학 고고학연구소로 오신 선생님이 박사논문으로 바쁜 와중에도 강의를 해주어서 그나마 조금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같은 학부의 일본학 전공 친구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교재나 도서 등을 엄청나게 지원받고 일본에서 선생이 파견되고 학생들은 일본을 자주 다녀오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다.

지금 중국은 고구려 역사에 대한 중국 대중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 한 번 사람들 머리 속에 박힌 인식은 쉽게 없어지지 않으며, 그러한 인식은 사회 전반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나갈 사람들이 공부하는 대학에 한국학센터를 만들고 조금만 투자하면 시베리아 사람들에게 한국은 더욱 더 좋은 이미지로 남을 것이며, 양 측의 교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시베리아과학원에는 약 2만5,000명의 연구원이 근무한다. 한국에서 부족한 기초과학 연구가 장점이라는 점에서 서로의 장점을 공유한다면 큰 효과를 낼 것이다.

또, 한국학 전공이 육성된다면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시베리아는 더욱 가까워 질 것이다. 나도 시베리아에 돌아가면 학생들도 가르치고 한국 고고학에 관한 글도 많이 발표해서 시베리아 한국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아나스타샤 수보티나(러시아인)/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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