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갑 반의 담배를 피웠다. 그런데 일년쯤 끊어보니 알겠다. 금연은 절대의지의 강약에 따라 성공하고 실패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 사람 몸이 체질적으로 금단현상을 심하게 겪느냐 아니냐로 초기의 성공과 실패로 나누어지고, 이후에도 몸이 계속 흡연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 같다. 내가 끊은 건 체질적으로 금단이 없었고, 이후에도 몸의 유혹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지난시절 순간순간 내가 겪고 느꼈던 고독의 친구이자, 분노의 위로자인 동시에 불화의 조정자였고 창조적 상상력의 기쁜 동반자였다. 끊고 나서 돌아보니 사람에게 받은 위로와 기쁨만큼 그에게서 받은 위로와 기쁨도 컸던 것 같다. 그를 참으로 사랑했다.
세상의 금연주의자들아. 돌아서서 담배를 욕하지 마라. 그리고 흡연주의자의 ‘아직’을 뭐라고 말하지 마라. 뒤늦게 전향한 자들의 강퍅함처럼 얼마전까지 친구보다 가깝게 여기던 담배를 욕하는 당신의 태도를 나는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저 사람은 평소 인간관계에서도 돌아서면 저런 태도를 보이겠구나’ 싶어 무서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