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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비엔날레 현대미술전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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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비엔날레 현대미술전 개막

입력
200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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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는 공을 받아치기 위해 힘차게 코트를 박차고 올라 라켓을 휘두르려는 찰나, 테니스 선수의 얼굴에는 고통과 환희의 표정이 중첩돼있다. 부산시립미술관 1층 로비 중앙에서 만나는, 러시아 작가 올레그 쿨릭의 밀랍 조각 ‘스포츠 우먼’이다.그 양편으로는 해안 방파제를 형상화한 설치로 개발된 부산의 도시 공간을 재해석한 일본 작가 나카무라 마사토의 ‘테트라포트프로젝트’와 비행선 같은 구조물 안에서 다큐영화를 보는 프랑스 영상작가 크리스티앙 메를리오의‘드라큘라의 고향을 찾아서’가 각각 자리잡고 있다.

‘2004 부산 비엔날레’의 하이라이트 현대미술전이 21일 부산시립미술관과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막을 올렸다. 38개국 92명의 작가가 출품, 현대미술의 첨단 경향을 소개한다.‘2004 광주 비엔날레’(9월11일~11월13일)와 ‘미디어_시티 서울 2004’(12월15일~2005년2월6일)등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 비엔날레 릴레이의 서막이다.

부산 비엔날레는 1981년 시작된 ‘부산 청년비엔날레’를 모태로 2002년 출범했다. 올해는‘틈(chasm)’을 주제로, 5월22일 10개국 20명 작가가 참여한 ‘조각프로젝트’(8월29일까지)로 시작해 10월31일까지 ‘현대미술전’과 ‘바다미술제’(10월9일 개막) 등 3개 전시로 나뉘어 열리고 있다.

현대미술전은 우리의 의식, 문화, 공간 속에 자리잡은 무수한 ‘틈’을 메우는 작업을 지향한다. ‘접점’ ‘굳세어라 금순아’ ‘영화 욕망’등 세가지 소주제로 나뉜 이번 전시를 포괄하는 화두는 ‘틈-N.E.T’. ‘연계(Nexus)’ ‘협상(Negotiation)’, ‘조우(Encounter)’ ‘환경(Environment)’, ‘여행(Travelling)’ ‘환승(Transit)’등 다양한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전시감독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그물 또는 통신망을 뜻하는 ‘N.E.T’는 정보화사회에서 식상한 주제일 수도 있으나, 이번 전시가 예술과 사회의 틈을 메우고 서로간의 접점을 찾는 그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은 ‘접점’을 테마로 회화부터 설치,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품들에 개방됐다. 네덜란드의 여룬 더 레이커 & 빌럼 더 로이는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된 죄수들의 옷 색깔 등 뉘앙스가 다른 81가지 오렌지색 영상 ‘오렌지’에서 식민적 욕망에 대한 성찰을 형상화했다.

베트남의 설치작가 트란 루엉의 ‘우리는 곧 우리가 먹는 것이고…’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일본 작가 타카미네 타다수의 ‘베이비 인사동’은 아시아 역사에 남겨진 상처를 드러냈다. 일본 설치작가그룹 노바이아 리우스트라가 헌옷을 모아 만든 패치워크로 꾸민 ‘카페 리우스트라’에 들려 티타임을 즐겨도 된다.

전쟁, 식민경험, 분단 등 질곡의 역사를 살아온 어머니 세대, 즉 여성의 삶을 담아낸 ‘굳세어라 금순아’와 영상 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영화의 조형적 다양성을 실험하는 ‘영화욕망’의 주제 전시가 펼쳐진 미술관 3층은 영상작품 일색. 이번 전시 출품작의 절반 이상을 영상 작품이 차지해버린 아쉬움도 남지만 그 중 아이작 줄리안(영국)의 ‘볼티모어’과 로랑 그라소(프랑스)의 ‘라디오 고스트’는 놓치기 아까운 수작.

‘볼티모어’는 미국 흑인문화를 표현한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라디오 고스트’는 스크린 앞과 뒤로 모두 영상을 감상하는 독특한 체험이 이뤄진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창고에 전시되는 대런 아몬드(영국)의 영상설치‘당신이 계셨더라면’도 주목할 만하다.

시립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가 고(故) 박이소씨의 9mX42m짜리 초대형 간판 형태의 설치작품‘우리는 행복해요’가 19일 태풍 메기의 영향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났으나 다행히 개막에 맞춰 복구되기도 했다.

부산=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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