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20일 "내가 앞으로 정치하는 데 지장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더라도 구애 받지 않고 과거사 청산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의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각오를 밝혔다.스스로를 임시지도부라고 낮췄지만, 그의 발언들은 과거청산 뿐 아니라 대야 관계에서도 강경론으로 점철돼 있다.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스스로의 정체성 문제 등 자신의 약점마저 날려버리겠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이 의장은 "400미터 계주를 달리는 마지막 주자라는 생각으로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새로 등장할 지도부에게 바통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사 청산 등 개혁작업을 이부영 체제하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의욕이다.
이 의장은 특히 동아일보에서 해직되고, 5번이나 투옥됐던 개인사까지 거론하며 의지를 다졌다. 자신이 역사 바로세우기의 적자(嫡子)라는 선언이다. 민주화운동의 경력을 거론한 것은 지금껏 당권을 장악해 온 '천·신·정' 그룹에 대한 자신의 '비교우위'를 주장한 것과 같다.
그는 "유신치하에서 자유언론운동을 벌였을 때 광고탄압 문제, 언론인 대량 해직사태 등은 단 한번도 조사되지 않았고 관련자들의 사과도 없었다"면서 "나는 얼룩진 과거사의 상처가 온몸에 상흔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회동 계획에 대해 "보이기 위한 만남은 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만날 생각"이라며 "실질적으로 인식의 공유가 있어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체제와 관련, 이 의장은 "집단지도체제는 당헌당규를 손질해야 하는 문제로 그것은 논란만 벌이다가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라며 현 체제 유지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와의 관계에 대한 우려 시각에 이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나는 당을 함께 하고 정치적 우여곡절을 같이 겪으며 서로를 잘 안다. 지난번 큰 틀의 얘기를 대통령과 긴 시간 나눈 적도 있다"고 강조하며 "당·정·청은 이미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일축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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