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과 태고종이 사찰 소유·점유를 둘러싸고 다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최근 전북 완주군 용진면 간중리 봉서사에서 조계종과 태고종 종단소속 승려들이 물리적 충돌을 빚으며 사찰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1998년 조계종 승려들의 전남 선암사 일시 점거사건 이후 조성돼온 화해무드가 6년 만에 깨지면서 조ㆍ태분쟁으로 확산되지 않느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양측 주장에 따르면 이번 충돌은 지난 13일 태고종 영산작법 교육관에 거주하고 있던 태고종 소속 승려들이 대웅전을 점거하면서 비롯했다.하지만 이튿날 조계종 승려와 신도 60여명이 재점거했고, 양측 스님들이 일주일째 경내에서 대치중이다. 앞서 지난 해 10월부터 조계종과 태고종 양 종단은 주지 스님을 별도로 임명, 본 사찰은 광복스님을 중심으로 조계종이 운영해왔고, 교육관에는 태고종측 승려 서너명이 거주했다.
이처럼 ‘한 지붕 두 살림’을 하게 된 것은 이 절의 불사를 주도한 서남수(호산) 주지스님이 지난 해 5월 입적한 후 소유권분쟁이 일면서부터. 당시 태고종 총무원이 태고종으로 등록된 이 절의 재산변경등기를 추진하자, 호산 스님의 아들인 서영준(법원) 스님이 상속지분을 주장하며 반발했다.이때 법원 스님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조계종은 2003년 10월 광복스님을 주지로 임명했고, 광복 스님은 태고종 총무원장을 상대로 소유권 반환소송을 제기하며 봉서사에서 머물렀다.
양측은 이번 사태가 불교계 분규로 비치는 것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감정의 앙금을 숨기지 않고 있다. 태고종측은 “조계종 스님들이 강제로 절에 난입한 종권유린으로 간주하고 종권수호 차원에서 모두 수단과방법을 동원해 사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와함께 “태고종에서 주지로 임명한 월해 스님에게 모든 점유ㆍ운영ㆍ소유ㆍ명도를 넘기겠다”는 법원 스님의 친필서한도 공개했다. 하지만 조계종 관계자는 “태고종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ㆍ형사 소송의 상황이 불리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왜곡된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모든 것은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99년 이후 ‘조ㆍ태 분규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합의하고, 범불교종단 차원에서 북한돕기 비료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화해를 위해 노력했으나, 정작 재산권 부분에서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법적 소유권이 조계종에 있으면서 실제로 태고종이 점유하고 있는 사찰은 서울 신촌 봉원사, 선암사, 백련사 등 큰 사찰만 전국 6곳. 이는 1954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왜색을 없앤다는 이유로 비구승이 모든 사찰을소유하도록 한 ‘정화(淨化)유시’를 거쳐, 62년 조계종과 태고종이 분리될 당시 대처승 위주의 태고종 스님들이 기존사찰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
남북한 문제만큼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있는 양측이 ‘잿밥’에만 신경 쓴다는 비난여론을 감수하면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많은 사부대중이 주시하고 있다.
/최진환기자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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