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초반 메달을 쓸어 담고 있는 중국에 민족주의, 애국주의 열풍의 이상기류가 휩쓸고 있다. 중국인들은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국가적위상의 상승, 민족 역량의 확대로 연결짓고 있어 최근 동북공정 등을 통해나타난 중화주의(中華主義)의 또 다른 표출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좀처럼 체육기사를 1면에 취급하지 않는 당 기관지 인민일보까지 20일자에“메달이 쏟아진 19일은 중국의 날이었다”며 흥분했다.
미국 러시아에 이어 3위 유지라는 목표를 세웠던 중국은 미국과 선두다툼을 벌이고 3위와 메달 격차를 크게 벌리자 “내친 김에 1위를 해 보자”며고무돼 있다. 특히 2008년 차기 올림픽을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하는 만큼“그 때는 우리가 최고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중국인들이 일찍 자는 습관이 있는데도 새벽에 열리는 주요 경기를 보느라아파트촌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고 심야에 곳곳에서 함성이 터진다. 두 사람만 모여도 올림픽 메달수가 인사며 다음 화제는 중국의 1위 여부다.
아침에 받아보는 신문은 영광의 메달리스트 사진들과 올림픽 화제로 도배가 돼있고 면수도 평소보다 두툼해졌다. 거리에서 젊은이들은 ‘워 아이 중국(나는 중국을사랑한다)’이라는 두건을 두르고 다니며 어린이 얼굴에 오성홍기가 그려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차기 올림픽을 중국 특색의 대회로 치르겠다며 주경기장, 스포츠센터, 숙박시설 등의 기존설계를 완전히 중국풍으로 고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면에는 중국의 역사와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배어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에 배구와 승마를 제외한 26개 종목에 선수 407명을 비롯 637명의 대표단을 파견했으며 체육기자단도 367명을 특파했다. 중국 정부는 또 금메달 획득 선수에게는 20만 위앤(한화 3,000만원), 은메달은 12만 위앤, 동은 8만 위앤을 지급키로 했다. 여기에다 각 기업과 지방 정부도 흔쾌히 성금을 내놓아 150만 위앤~300만 위앤(4억5,000 만원)의 돈벼락을 맞은 선수들이 10명이나 되고 100만 위앤 상당의 호화주택을 받은 선수도 나오고 있다.
열기가 너무 고조되면서 서구에서는 중화주의, 황화론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중국 내에서도 신화통신 등 일부는 “국가관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냉정함을 강조하기도 하나 중국 대륙을 휩쓰는 올림픽 열풍에 녹아버리는 상황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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