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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덩샤오핑 평전/벤저민 양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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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덩샤오핑 평전/벤저민 양 지음

입력
2004.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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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평전벤저민 양 지음ㆍ권기대 옮김

황금가지 발행/1만8,000원

덩샤오핑(鄧小平). 150㎝ 단신에 60㎏도 채 안 되는 체중. 이름조차 ‘작고 평범한’ 그에게 왜 13억 중국인은 환호하는 걸까? 사상과 노선에 따라권력의 부침이 어느 곳보다 큰 공산주의 중국에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때처럼 냉정한 권력자의 면모를 지닌 그에게 왜 중국의 대중들은 존경심을 잃지 않는 걸까?

22일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에 맞춰 번역 출간된 ‘덩샤오핑 평전’은 이런 궁금증을 푸는데 도움이 될만하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중국인 학자 벤저민 양은 덩샤오핑의 아들과 동문 수학하는 등 개인적인 인연에도 불구하고 “덩샤오핑 일가는 이 책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나 또한 그들을 기쁘게 하자고 쓴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객관적으로 덩샤오핑의 정치인생과 일대기를 보려고 노력했다는 뜻이다.

중국 현대사는 청 왕조 몰락 후 이 거대한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갈등의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에 의존하는것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고, 공산혁명 이후 마르크스주의,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 사상에 철저하는 것이 지상 과제였던 때도 있었다.

잠시 소련이 중국의 미래가 되기도 했고, 20세기 후반에 올수록 서구에서무언가를 찾아야만이 중국이 구원될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덩샤오핑은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니었다. 그는 한 가지 길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것을 굳이 무슨 이념으로 말하라면 절충주의라 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덩샤오핑은 중국 공산혁명의 아버지이며 중국인의 정신적인 지주인 마오쩌둥과 달랐다. ‘덩샤오핑은 한 손으로 공산주의를 구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그것을 매장하려고’ 애쓴 인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덩샤오핑이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이 실패해 3,000만 명이 굶어죽는 참상을 보면서 마오쩌둥의 충성스러운 지지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말한다. 이후 그 유명한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쥐를 잡는 고양이가 좋은고양이’라는 실용주의의 길을 걸었다. 물론 주자파(走資派ㆍ자본주의 추종자)라고 비판 받으며 수 차례 숙청의 위기에도 몰렸다.

결국 승리는 93세까지 산 덩샤오핑에게 돌아왔다.

마오쩌둥을 따라 맨손으로 일군 공산주의를 스스로 청산하면서, 그는 ‘웬만큼 여유 있는(小康) 사회’라는 새로운 비전을 현실로 관철했고, 중국을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시켰다. ‘중국인들이 가장 고마워하는 지도자는 덩샤오핑’이라는 평가처럼 오늘날 ‘무서운 중국’의 기반을 닦은 마오쩌둥의 개혁ㆍ개방 정책의 형성 과정을 생생히 살필 수 있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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