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일 서울에서 열린 11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에서 주한미군 감군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던 한미 양국은 계속 협의해 나가자는 선에서 '뜨거운 감자'를 뒤로 미뤘다.그러나 감군대상 전력별로 미측이 당초 계획을 늦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양국이 공감대를 이룬 부분도 있어 향후 협상결과에 따라 '2005년까지 주한미군 1만2,500명 감군'이라는 미측 계획의 일부 수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3만7,000명에 달했던 주한미군 정원의 3분의 1을 감축한다는 미측의 계획에 대한 한국측의 요구안을 놓고 벌인 사실상 첫 공식 협상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한국은 전체적인 감축 규모에 대해서는 이해를 표시했으나 전력별로 감축시기를 최소 1년 이상 최대 2∼3년까지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직접적인 수용의사보다는 한국측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미국측이 "한국의 감축시기 연기요청에 대해 앞으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은 '감군 드라이브'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양국은 이날 발표에서 "이라크에 차출된 1개 여단(3,600명)을 감군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점 외에 합의된 것이 아직 없다"며 섣부른 기대에 선을 그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적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미 2사단 포병여단의 다연장로켓포(MLRS) 대대 등 이른바 '대북억제 긴요전력'의 감축규모와 시기였다. 우리측은 한국군도 MLRS 50여문을 보유하고 있으나 적 장사정포의 포격 개시 전 징후를 포착해 선제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보·지휘능력을 보강할 수 있도록 2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주한미군 감군계획을 2006년까지 110억 달러를 투입하는 주한미군 전력증강계획 주한 미 2사단의 1,2단계 재배치 계획(1단계 2006년, 2단계 2008년 예정) 주한미군이 맡았던 10개 특정임무의 한국 환수 일정(대략 2006년께 마무리) 등과 연계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어쨌든 양국은 10월2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방장관간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다음달 SCM 사전회의를 겸한 12차 FOTA 회의를 다시 열어 주한미군 감군 문제를 계속 조율키로 해 협상전망은 유동적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 양국 수석대표 일문일답
양국 수석대표인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20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1차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모두 발언
(안 실장)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 일환이기 때문에 미측의 입장을 이해한다. 대북 억제 긴요전력의 감축을 최소화, 이미 합의된 주한미군의 군사임무 전환 일정, 주한미군 전력증강계획, 미2사단 1,2단계 재배치, 한국의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 계획과 연계해 추진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우리 안을 제시했다. 시한 연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으나 전력별 감축시기에 대해 이견이 있어서 재협의키로 했다."
(롤리스) "용산기지 이전합의서와 수정된 연합토지관리계획에 가서명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국회와 한국정부는 (후속조치를) 조기에 추진해 주길 바란다."
일문일답
―감축시기에 대해 이견이 있었나.
(롤리스) "이라크로 차출된 2사단 2여단 병력(3,600명)을 1만2,500명 감축규모에 포함시킨다는 한 가지에만 합의했다. 한국의 감축시기 연기요청에 대해 유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협의 때 충분히 이를 고려하겠다."
―다연장로켓(MLRS) 및 아파치 헬기는 언제 감축하나.
(안 실장) "가장 핵심적으로 미측과 협의중이다. 전쟁 억제력 유지를 위해 한반도에 계속 주둔토록 요청하고 있는 요소다."
―주한미군이 주일미군에 종속되나.
(롤리스) "그런 우려에 대해서는 한 번도 논의한 적이 없으며 잘못된 생각이다. 미 육군 변환과정에서 미 본토를 제외하고 가장 전력이 강화되는 것은 주한미군이다. 우리는 한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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