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을 둘러싼 여야간의 공방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과거사 특위를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면서 사실상 친북세력을 겨냥하는 맞불을 놓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은 과거사 청산 자격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이부영 신임 당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 "군내 프락치의 총책" "변신과 배신" 등 맹공을 퍼부으며 고강도의 대야 공세를 예고했다.이 의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일본군 중위까지 됐다가 해방 이후 변신해 광복군 제4지대에 합류하고, 그 뒤 공산주의자로 변신해 군내 프락치의 총책이 됐다"며 "그러다 김창룡의 방첩대에 잡히니까 자기가 포섭했던 사람을 모두 불어 그 사람들을 죽게 하고 자기는 살아났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이어 "한 나라의 리더가 변신과 배신을 통해, 많은 사람을 희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과정을 통해 (대통령으로) 올라간 것이 옳은 일인지 한번 얘기를 해보자"며 "박 전 대통령의 그늘 뒤에 숨어서 과거사 청산 자체를 막고 무산시키려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 의장은 이에 앞서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상임중앙위원회에서도 친북 용공활동도 과거사 조사에 포함시키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가해자가 가해했던 사실을 조사하고 바로잡겠다고 하면 바로 잡아지겠느냐"며 반박했다. "억지로 고문과 조작 가해를 했던 사람들이 조사하고 참여하겠다는 역사인식이 우려스럽다"며 사실상 한나라당을 가해세력으로 지목하며 역공을 펼친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가 제안한 국회 밖 중립적 기구로서의 과거사진상조사위 설치를 수용하라고 촉구하면서도 '과거사 캐기'를 중단하라는 '이중 전략'으로 대응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박 대표의 제안은 정권이 하는 대로 방치했다가는 나라가 거덜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중립적 기구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정부 여당이 자꾸 추진하려는 정치적 목적의 '과거사 파헤치기'에 줄 잡아도 몇 천억원이 들어가게 생겼다"며 과거사 캐기를 꼬집었고, 임태희 대변인은 "과거사 논쟁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노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며 '대안수용이냐' '과거사 캐기 중단이냐' 중 택일하라고 몰아붙였다.
박 대표의 대안제시로 과거사 문제의 공이 여당으로 넘어갔다는 판단인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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