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녀의 질주 앞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비운의 흑진주'로 불리는 자메이카 출신의 스프린터 멀린 오티(44.슬로베니아)가 국적까지 바꿔가며 생애 7번째 도전한 올림픽 무대서 가볍게 예선을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새 조국 슬로베니아 국기 마크를 달고 트랙에 나선 오티는 20일 아테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100m 예선에서 자신의 올 시즌 최고기록(11초09)에 불과 0.05초 뒤진 11초 14의 역주를 펼치며 2위로 2회전에 올랐다.
무려 7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오티는 역대 4위에 해당하는 자신의 100m 최고기록(10초74)에는 근접하지 못했지만 자신을 뛰게 해준 슬로베니아 국민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고도 남을 역주를 선보였다.
84년 로스앤젤레스부터 2000년 시드니까지 6차례 연속 올림픽에 참가해 8개의 메달(은 3, 동 5개)을 수확했지만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오티는 100m와 200m(23일)에 나서 멈출줄 모르는 '달리기 본능'을 쏟아 부을 각오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여자 육상 최고령(40세 143일) 메달 기록을 세웠던 오티는 이번에 이 기록을 4년 더 늘리지 못하더라도 여한은 없다고 한다. 오티는 "내 목표는 단순히 한번 더 올림픽 레일을 달려보는데 있는 게 아니다. 내 자신의 능력을 즐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자신을 무려 15번이나 올해의 선수로 뽑아준 조국 자메이카를 등지고 슬로베니아 국적을 취국한 이유도 새 조국이 '25살이든 44살이든 상관없이 마음놓고 달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줬기 때문.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역주를 펼친 오티는 당초 세웠던 100m,200m 준결승 진출의 목표를 상향 조절할 기세다.
아테네=박진용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