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나아졌지만 소비가 더 나빠졌다. 내수감소세는 멈춘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엔 고유가와 수출둔화가 장애물로 등장했다. 경기 자체가 극히 혼미스러운 상황이다.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GDP)’에 따르면 실질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5.5%를 기록, 수치상으로 2002년 4·4분기 이후가장 높았다.
하지만 비교기준 시점인 지난해 2·4분기 성장률이 2.2%에 불과했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냥 보면 잠재성장률(5%내외) 이상의 고성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착시인 셈이다.
특히 경기추세를 보여주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6%에 그쳐, 작년 4·4분기 2.7%, 올 1·4분기 0.7%에 이어 계속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아지지도 않는 경기의 ‘게걸음’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는 살고, 소비는 죽고
2·4분기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늘었다. 3분기째 계속되던마이너스행진에서 모처럼 탈출했다. 물론 작년 2·4분기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올 2·4분기의 플러스 반전에도 ‘기술적 반등’측면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분기 대비로도 5.7% 증가한 것을 보면 설비투자의 증가세 전환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하지만 2·4분기 민간소비증가율은 –0.7%를 기록했다. 5분기째 감소퍼레이드다. 전분기 대비 역시 0.1% 후퇴다. 기업(투자)쪽과는 달리 개인(소비)들의 지갑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상태다.
내수감소 일단 제동
작년 2·4분기 이래 내수(투자+소비)는 성장을 갉아 먹어왔다. 전체 성장을 100을 놓고 볼 때, 작년 2·4분기 수출과 내수비중은 124.9 대 –24.9였고, 올 1·4분기에도 수출이 104.9% 기여한 반면 내수는 4.9%를 깎아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2·4분기 설비투자가 플러스로 반전되면서 내수는 모처럼 미력이나마 성장에 힘을 보탰다. 수출기여도는 85.4%였고, 내수는 나머지 14.6%를기여했다. 한은은 “민간소비가 계속 부진하지만 일단 내수감소세엔 브레이크가 걸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고유가
민간소비가 콜금리인하 등 부양효과로 3·4분기 이후 증가세로 돌아설지,또 바닥을 탈출한 설비투자 증가세가 계속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한은 당국자는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수회복을 확신하기엔 이른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유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럴 당 50달러를 넘보고 있는 치명적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내수는 더 얼어붙을 수 있고, 세계경기 둔화로 경기의 버팀목인 수출 역시 급격히 꺾일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와는 별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건설경기 침체 역시 내수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성철기자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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