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 오라버니, 봉실이가 먼저 뜁네다!”북한 여자 마라토너 북녀 함봉실(30)이 23일 자정(한국시각) 아테네마라톤 ‘클래식 코스’에서 금빛 레이스를 시작한다. 남자 마라톤에 참가하는 우리의 이봉주(34ㆍ삼성전자)보다 일주일 빠른 레이스.
부산아시안게임(2002) 마라톤 ‘남남북녀’ 동반 우승을 일구며 ‘봉봉 남매’로 불렸던 둘은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사이 좋게 출전하게 됐다. 함봉실은 11일 오후 북한 선수단 본진과 함께 그리스에 입국해 선수촌에서 막바지 훈련을 해왔다.
함봉실은 이봉주가 아테네에서 100㎞ 떨어진 전원도시 시바에서 훈련을 하는 바람에 재회는 못했지만 5월 중국 쿤밍 고지훈련 때 만나 아테네 금빛 맹세를 한 바 있다. 함봉실은 선수촌에서 막바지 훈련을 소화하며 식이요법으로 해발 250m까지 오르막이 이어지는 죽음의 구간(15~32㎞)에 대비한 체력을 비축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5위)에서 북한기록(2시간25분31초)을 세운 함봉실은 1999세계선수권을 제패한 ‘인민영웅’ 정성옥의 뒤를 잇는 북한 마라톤의 간판.
아직 노다지를 캐지 못한 북한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 북한올림픽위원회 장수명 부위원장은 “높은 데서 최대의 훈련을 했다. 금메달만이 목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 기록은 2시간28분32초로 조금 쳐지지만 32㎞ 지점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면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 북한은 대구U대회 하프마라톤 2위 조분희와 정영옥이 함봉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게 된다.
남측은 올림픽 사상 첫 ‘톱10’ 진입을 노린다. 뛸 때마다 시간을 단축하고 있는 이은정(23ㆍ2시간26분17초)이 선봉에 서고 2시간30분대 기록을 가진 최경희(21)와 정윤희(21)가 뒤를 받친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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