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긴급한 사안이 아닌데도 체포영장 없이 긴급체포한 것은 잘못"이라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의 사유가 아닌 절차상 적법성을 문제 삼아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 같은 법원의 방침이 앞으로 엄격히 적용될 경우 검찰 수사관행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20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주철현 부장검사)는 지난달 23일 군인공제회가 시행한 서울 한남동 H아파트 신축사업과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시공사인 J건설사 대표로부터 각각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군인공제회 간부 A씨와 서울 모 구청 간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J건설사 대표의 진술을 토대로 체포영장 없이 검찰 수사관을 보내 두 사람을 긴급체포 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 여유가 충분했는데도 긴급체포 한 것은 위법"이라며 "이에 기반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와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긴급체포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영장심사를 맡았던 이혜광 부장판사는 "예외적으로 사용해야 할 긴급체포를 남발하고 있어 통제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혐의를 인정하지 않거나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대해서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 못지않게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식으로 체포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는 1만3,482건인데 비해 긴급체포는 9만8,778건으로 무려 7배에 달했다. 또 구속영장 청구 사건 10만9,620건 가운데 체포영장 후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4.5%에 불과하며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는 59%나 됐다.
한편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모든 긴급체포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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