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Y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모(30)씨는 하는 둥 마는 둥 한 고시공부에 매달린 지 벌써 8년째다. 취직은 포기한 지 오래다. 집안의 막내로 연금으로 생활하는 부친(교수 은퇴)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그는 딱 한번 회사에 들어간 적이 있다. 나이 제한에 걸리기 직전인 2001년 중견기업 광고직 사원으로 취직했지만 이틀 만에 때려치웠다. 월급도 적을 뿐만 아니라 힘만 들고 적성에도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아버지 김씨(68)는 "미국 유학까지 갔다 온 둘째 아들까지 취직을 못해 집에서 놀고 있으니 우리집은 '캥거루 수용소'"라고 한탄했다.
청년층의 고학력화로 인한 구직 눈높이 상승과 전통적인 가족 의존문화가 청년실업의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노동부와 노동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청년실업의 원인'이라는 분석자료에 따르면 우선 기업들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경력사원을 선호해 고용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층을 위한 '괜찮은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반면 고학력 청년층은 눈높이를 낮추지 않아 청년실업을 부추기고 있다.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39.6%에서 올들어 79%까지 늘어난 반면 대기업의 29세 이하 청년층 취업자는 96년 64만여명에서 올들어 40여만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66%)이 크게 낮아지면서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직기피현상은 심화됐다. 실제로 입사제의를 받고도 취업을 하지 않은 청년층 중 40%가 근로조건 불만족을 이유로 들었다. 이로 인해 최근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은 5∼9%에 달하며 청년구직자의 희망임금(2002년)은 131만원인 반면 청년근로자의 평균임금은 116만원으로 13%나 차이가 났다.
더욱이 대학진학률은 10여년간 두배 이상 증가하면서 구직 눈높이가 높아져 교육과 노동시장 간 인력수급 괴리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또 경제활동인구 중 미혼남자의 취업률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68.4%로, 분가해서 독립한 경우(87.2%)보다 무려 20% 가까이 낮았다. 이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취직활동에 적극적이지 않고 실업생활이 길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청년층이 학교 졸업 후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개월로 67.4%가 6개월이내, 19.1%는 6개월∼2년 미만이 걸렸으며 13.4%는 2년 이상 취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6월 현재 청년 실업자 수는 전체 실업자의 절반인 38만7,000명으로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4배인 7.8%로 집계됐다. 통계상 청년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은 '취업준비 비경제활동인구' 30만6,000명을 포함하면 전체 청년실업층은 69만3,000명에 달한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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