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2학년 칠석날 오후, 어머니가 마루에서 견우와직녀 이야기를 해주었다.서로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견우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그 벌로 1년에 딱 한번 칠석날에만 만나는데, 그날은 세상의 모든 까막까치가 하늘로 올라가 두 사람이 만날 수 있게 은하수에 다리를 놓아준다고 했다.
어머니가 그 얘기를 하기 전 견우와 직녀의 눈물처럼 이미 낮에 한 줄금의비가 내렸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 얘기를 할 때는 해가 조금씩 저물어갈 시간이었는데, 마당가 텃밭에 까치 두 마리가 날아와 ‘카차, 카차’ 울었다.
“봐라. 아침과 낮엔 까치가 안 보였지? 하늘로 올라가 다리를 지어주고 내려와 힘들다고 저러는 거란다.”
일부러 준비를 해 맞추려고 해도 힘들 텐데, 어쩌면 그날 어머니가 들려준이야기와 미리 내려준 한 줄금의 비와 때맞춰 날아온 까치의 모습까지 어떻게 그 모든 것이 한 박자로 맞아 떨어졌는지, 아마 그래서 그 사랑 이야기가 내 마음 속에 더욱 슬프게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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