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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재계의 식상한 '정부 탓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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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재계의 식상한 '정부 탓 타령'

입력
200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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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 해법을 놓고 재계와 여권이 벌이고 있는 지루한 '네탓 공방'을 보면 짜증이 난다.보수파의 경제위기 선동이 위기를 초래한다는 여권 주장도 식상하지만, 1년8개월째 정부 탓만 하는 재계의 단골메뉴도 지겹기는 마찬가지다.

18일 열린우리당과의 간담회에서 재계는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지 않아 투자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까지 재계는 역사적으로 가장 시장경제다운 시스템으로 검증된 주주자본주의에 대해 정부가 강요하지 말 것을 주장해 왔다. 재계가 말하는 시장원리가 무엇인지 도무지 헷갈린다.

한 경제단체장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기업 총수나 기업인을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의 발로다.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기업총수들 외에 누가 기업인을 범죄시한단 말인가. "오만가지 규제 때문에 경제라는 모닥불이 타지 않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지금보다 규제가 더 많았을 때도 경제 모닥불은 잘 지펴졌다.

"정부가 결과의 평등에만 관심이 있다"는 볼 멘 소리도 있었다. "한국경제가 평등주의 덫에 빠졌다"고 한 중견 경제학자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오히려 많은 경제학자들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반도체나 자동차 보다 성공확률이 훨씬 더 낮은 첨단산업에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있고, 이 때문에 민관이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가 자성한다 싶더니 또 다시 불평 레퍼토리다. 맞는 말도 있지만 해결책은 아닐 터이다. 계속 쳇바퀴만 돌아서야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

/유병률 산업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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