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메기’가 19일 아침 부산 남쪽 해안을 지나 동해로 빠져 나갔다. 곳에 따라 최고 450㎜가 넘는 폭우를 동반한 ‘메기’의 영향으로 곳곳에서 주택과 도로, 농경지 침수가 잇따랐다. 인명피해도 사망 3명, 실종 2명에 이르렀다.지난해 태풍 ‘매미’의 피해가 워낙 컸던 때문인지, 이 정도의 피해에 그친 것만도 다행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그나마 피해가 애초의 우려보다 작았던 것은 ‘메기’가 제주도 동쪽을 지나며 세력이 약해진 덕분이지만, 중앙과 지방관계 당국의 치밀한 대응도 한 몫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일부터 ‘메기’의 이동 상황과 대처 요령을 수시로 알렸고, 고속도로 전광판 등을 활용해 예ㆍ경보를 내보냈다. 기상청은 새로운 방재기상정보시스템을 가동, 과거 3~4시간 간격이던 기상정보를1~2시간 간격으로 내보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나온 기상특보에 의거해 지자체가 행락객의 사전대피를서두는 등 적극적 예방활동을 편 것도 눈에 띄었다. 방송의 역할도 돋보였다. 18일 밤 국민의 이목이 아테네 올림픽에 쏠린 가운데서도 KBS는 장시간의 특집방송을 편성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인간이 자연재해를 피해갈 수는 없고, 아무리 잘 다듬어진 대책도 자연의위력 앞에서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인명ㆍ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전남 지방, 그 중에서도 영산강 주변이 ‘메기’의 최대 피해지가 된 것도 우선은 집중 호우 탓이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산강의 수해방지시설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한편으로 강릉 등 동해안 지역은 이번에도 수해를 피하지 못했다. 수재 복구 지연에 대한 유감과 함께, 고랭지 농업과 관광 개발을 이유로 날이 다르게 삼림이 파괴되고 있는 백두대간의 현실에 새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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