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논의가 걱정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신기남 의원이 부친의 일제 헌병 복역으로 의장직을 사퇴한 것을 계기로 열린우리당의 목소리가더 거칠어지고, 한나라당은 해방 후 친북 분야까지 조사 대상을 전폭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정략적 동기, 정치적 의도가 개입하는 과거사 조사가 어떤 분열과 혼란을불러 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구체화하고 있다.
여당이 신 의원의 사퇴를 과거사 논쟁의 걸림돌을 치운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공세적으로 몰고 가려 해서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논의는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신 의원이 어제 사퇴성명에서 “이제 역사의 진실을 밝힐 때”라며“민주 평화 개혁 세력이 다수가 된 지금이 아니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한 데서 이런 분위기가 진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과거규명이 옳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 시점 우선적 국정목표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과, 이 문제가 격렬한 이념 및 편가르기의 정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특히 여당은 대표의 사퇴까지 초래한 신 의원 파문에서 과거사 조사의 파괴적 부작용을 깨달아야 할 텐데, 사태는 오히려 정반대로 가고 있다.
신 의원의 사퇴는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도덕적 기만이 결정적이유이지만, 사실은 부친의 친일행각에 대한 연좌제적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현실이 이러할 진대 정권, 또는 정치가 선도하는 과거규명이 어떤 회오리를 불러올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나라당이 6ㆍ25전쟁과 5ㆍ16 공과, 냉전과 이념대립까지 과거규명의 범위에 추가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여당을 향해 소위 물타기의 역공세를펴는 측면이 있지만, 심각히 알아야 할 것은 과거사 논의가 무모하고 소모적인 무한정쟁에 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자초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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