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방침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가 미 정가의 핫 이슈로 부상했다.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안보 문제가 대선 최대 이슈로 부각된 상황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11월2일 미 대선 전까지 뜨거운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케리 후보는 18일 신시내티시에서 진행된 해외참전용사회 연례 총회에서 부시 대통령의 유럽 및 한반도 주둔 미군 감축안에 대해 "올바른 시점도 아니고 분별 있는 방식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핵무기를 실제로 가진 북한과 협상을 진행 중인 시점에 주한미군 1만 2,000명을 왜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느냐"며 "북한의 위협 수준이 한국전 이래 가장 고조된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극히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케리가 주한미군 감축 반대를 천명한 배경은 여러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그가 부시 대통령이 화급한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문제를 방치하고 이라크 전쟁에 매달렸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던 점에서 이번 반대는 자연스럽다. 또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케리로서는 한국정부의 흔쾌한 찬성 없이 이뤄진 부시의 일방주의적 처사에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케리 후보가 감축안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과의 빅딜을 추진하려는 그의 구상과 관련이 있다. 케리의 외교 보좌관 랜드 비어스는 "케리 후보는 북한 핵 문제와 재래식 군축에서의 진전 없이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후보는 북미 양자대화를 거부해온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집권 후 북미 대화를 재개, 북미 수교 대북 경제적 지원 주한미군의 재배치 등의 카드를 총동원해 핵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DMZ) 이북에 집중 배치되어 있는 야포 등 재래식 전력(戰力) 감축을 유도할 생각이다. 결국 케리의 입장에서 볼 때 감축안은 동맹의 지지를 잃은 채 '카드'를 허비하는 실책인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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