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휩쓸린 여자 선배를 구해내고 자신들은 물에 빠져 숨진 고교생 2명의 미담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지난 13일 교회 수련회를 위해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을 찾아 물놀이를 하던 이종원(17·경기 고양 주엽공고 1년)군과 이두용(17·경기 고양 무원고교 1년)군이 오후 5시30분께 함께 수영을 하던 교회 선배 A모(18·서울 D고교 3년)양과 순식간에 밀려든 파도에 휩쓸렸다.
A양보다 육지에 가깝게 있었던 두 학생은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A양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파도를 헤치며 돌아가 A양을 가까스로 육지쪽으로 밀어냈고 A양은 인근에 떠있던 고무튜브에 매달려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A양을 구하느라 힘이 빠진 두 학생은 결국 탈진해 파도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고 이틀 뒤 사체로 발견됐다.
이 같은 사실은 19일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명지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장에서 A양이 직접 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A양은 이날 숨진 학생들의 친구가 대신 읽은 조사에서 "위급한 상황에서도 먼저 나를 구하기 위해 발로 내 등을 밀어주었던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호흡을 맞추며 파도를 헤치고 하나, 둘, 셋을 외치던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고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사고의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한 A양은 조사의 끝 구절에서 "너희들의 소중한 목숨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덧붙여 주위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숨진 종원군의 아버지 이왕재(45)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비통하기 짝이 없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한 생명을 구해낸 아이들이 자랑스럽다"며 "A양이 하루빨리 충격에서 벗어나 성실히 생활하면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두 학생의 친구, 교회 신도 등 250여명이 참석, 평소 '수호천사'로 불릴 만큼 의로웠던 이들의 죽음을 애통해 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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