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졌다. 여름의 막바지. 뜨거웠던 여름에 작별인사라도 하듯 가을보다 먼저 스카프가 여린 손을 흔든다. 계절이 바뀌는환절기, 스카프는 여인과 소녀 모두에게 가장 사랑받는 패션아이템.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 개성이 강한 스카프가 등장하고 연출법도 한결 다양해질 전망이다.최근 스카프 패션의 키워드는 ‘더 길고 더 가늘게, 고정관념 없이’로 요약할 수 있다. 스카프는 대표적인 환절기 패션소품이지만 올해는 스타일이확 바뀌었다.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명품브랜드의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 스카프 대신 길고 가늘어 흡사 띠 모양의 스카프가 트렌드의 선두에 서있다. 서늘한 기운으로부터 목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기능만 남겨둔 채 대담한 액세서리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한 결과다.
연출법은 ‘스카프란 목에 두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데서 출발한다. 환절기를 맞아 가장 먼저 선보인 스카프 연출법은 이른바 ‘벨카프’. 벨트와 스카프를 합성한 조어에서 알 수 있듯 스카프를 허리띠 대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그 다음이 목에 두르기, 머리에 두건처럼 쓰고 길게 늘이기 등이다. 가만 보면 어느것 하나 기존의 정사각형 스카프로는 멋내기가 어렵게 생겼다. 유행은 새로움 혹은 변화에 대한 욕망을 반영한다.
▲ 여인의 우아함과 섹시미
스카프는 전통적으로 성숙한 여성미를 표현하는 데 주로 활용되는 소품이지만 올해는 여기에 세련미와 섹시함이라는 뉘앙스가 첨가된다. 길고 가느다란 띠 형태의 스카프를 가장 많이 선보인 것은 디자이너 정구호씨. 정씨는 ‘마피아 보스 정부(情婦)의 하루’를 테마로 한 자신의 가을패션쇼에서 띠를 목에 휘감은 섹시하고 성숙한 여성을 표현해 주목받았다.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의 긴 스카프 끝단에는 반짝이는 구슬과 스팽글을 달아 움직일 때마다 유혹적인 반짝임을 선사했다. 또 얇은 니트 카디건과긴 끈처럼 생긴 같은 색상의 니트 스카프를 가슴 앞쪽으로 한 줄만 길게 늘여 도회적인 느낌을 살리는 등 독특한 연출을 보여줬다.
스카프의 소재는 시폰이나 실크 일색에서 벗어나 니트, 쭉쭉 늘어지는 듯한 느낌의 면저지, 얇게 짠 금속사 등으로 다양해진 것이 눈길을 끈다. 패션칼럼니스트 조명숙씨는 “얇고 긴 끈을 목에 두른 듯한 연출은 은연중에페티시즘(Fetishismㆍ주물숭배를 통한 성적 일탈행위를 뜻하는 용어로 여기서는 의상도착을 의미한다)적인 관능을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 소녀의 발랄하고 캐주얼한 매력
한 패션업체가 만들어낸 조어 벨카프는 원조를 따지자면 인기리에 종영된드라마 ‘파리의 연인’이다. 볼레로 패션을 히트시킨 김정은이 극중 헐렁한 카고팬츠에 허리띠 대신으로 묶고 나온 것이 구깃구깃한 꽃무늬 시폰 스카프. 클라이드 베네통 시슬리 온앤온 등 내셔널브랜드들이 이를 놓칠새라다양한 벨카프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긴 띠 모양의 스카프나 양쪽 끝부분을 마름모꼴로 갈무리해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게 만든 것 등 다양한 스타일들이 나와있다.
이들 스카프는 요즘 인기를 끄는 와일드한 느낌의 진바지에 헐렁하게 매주는 것만으로도 소녀적인 감성을 살짝 덧칠할 수 있어 인기. 싫증나면 목에둘둘 감아 매거나 두건으로 써도 그만이다. 클라이드 디자인실 임원빈 팀장은 “올 가을 겨울에도 상의의 길이가 계속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카프를 이용해 다소 심심한 허리부분에 포인트를 주는 연출법이 캐주얼여성복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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