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힐 듯 했다. 마루를 마친 김대은(20ㆍ한체대)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19일 새벽(한국시각) 기계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선이 열린 올림픽인도어홀.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전광판의 1, 2위 자리에 ‘KOR(한국)’이나란히 뜨자 술렁거렸다. 미국 중국 루마니아 일본도 아니고 한국이라니.미국이 독점하다시피 한 관중석에선 야유까지 쏟아졌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1위 폴 햄(미국)를 비롯해 2, 3위가 모두 출전한 올림픽 무대는 ‘태극 반란’을 예고하는 듯 했다. 5종목까지 각각 0.313, 0.175점차로 앞서던 양태영과 김대은은 마지막 철봉 연기를 펼친 폴 햄(미국)에게 금메달을 뺏겼다.
김대은은 고작 0.012점차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 체조의신기원이었다. 개인종목 메달은 있었지만 ‘체조의 꽃’으로 불리는 개인종합 메달은 올림픽 출전 44년 만에 처음이다. 그것도 쟁쟁한 세계 강호들을 누르고 한국이 은, 동메달을 휩쓸었다. 그동안 최고성적은 시드니 평행봉 은메달리스트 이주형(현 대표팀 코치)이 세운 10위.
되돌리고 싶을 만큼 아까운 경기였다. 금메달을 목전에 뒀던 양태영은 실수 때문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마지막 철봉 스타트에서 엘그립(양손 엇걸어잡기)을 빼고 믹스그립(한손 엇걸어잡기)만 두 번 하는 바람에 0.2점을까먹은 게 컸다. 그는 “안전하게 가자는 생각에 (엘그립을) 다시 시도하지 않은 게 정말 아쉽다”고 했다.
“연습한 대로, 기량을 100% 발휘해” 은메달을 딴 김대은은 올림픽에 첫출전한 대표팀 막내. ‘연습벌레’란 별명만큼 팀 내 굳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하루 7시간의 훈련을 소화했다. 김대은은 타고난 근력 때문에 링이주종목이었지만 대구U대회 단체종합 금메달을 따면서 모든 종목에 능한 선수로 발전했다.
김대은은 아버지 김명선(47)씨가 10년 전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진 터라 어려운 가정형편을 도와야 하는 장남. 그는 가장인 어머니(44)를 제일 존경한다고 했다. 은메달 소감을 묻자 “고생한 선수들과 단체전 메달을 함께 걸고 싶었는데 혼자 따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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