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동차를 갖고 싶은 욕망은 얼마나 강할까. 그 강도를 결정하는척도는 아마 개인소득과 연료비이리라. 얼마 전 택시기사에게 연료비를 화제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휘발유 값이 리터당 2,000원쯤 되면 거리의 자가용이 쑥 줄어들까요?" 그 기사의 대답은 냉소적이었다. "그 정도 로는 자가용 운전자들 마음 돌리기 어려울 겁니다. 4,000원쯤 되면 모를까."뒤늦게 자동차소비문명에 뛰어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산이 좁다 하고 길을 넓혀가며 자동차를 몰고 있다. 자동차 소비는 방향전환이 힘든 문명의흐름이다.
13억 중국인은 현재 타고 다니는 5억5천만대의 자전거를 자동차로 바꾸기를 소망하며 경제발전에 몰두하고 있다. 그 뒤를 10억 인구의 인도가 따를것이다. 전력을 물쓰듯 먹어치우는 전기ㆍ전자제품이 전세계 빌딩과 집을채워간다. 큰 일 났다는 생각을 해볼 때가 아닌가.
석유값이 폭등하여 배럴당 47달러를 쳤다. 선물시장의 분석가들은 최근의유가폭등 원인을 이라크사태의 불안정,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대통령 소환투표, 러시아 최대석유회사 유코스의 도산가능성 등 악재가 겹친 때문으로 분석한다.
그래서 이런 불안정이 가라앉으면 유가는 떨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나온다. 그러나 공신력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수급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대규모 유전발견이 정체된 채 국제수요만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른 자원도 그렇지만 석유의 블랙홀이다. 미국에서 석유문명이 꽃피었던 20세기 100년간 중국은 석탄문명에 머물렀다. 지금도 중국은 석탄의존이 높지만 석유문명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로 석유자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 남미 취재여행을 다녀온 정치학자 손호철교수를 만났더니 “남미에서 중국에 자원 팔아먹기 붐이 일기 시작했다”고 전해주었다. 중국이 남미 석유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리 없다.
1956년 미국에서는 새로운 유전이 계속 발견되면서 석유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었다. 그 해 쉘 석유회사의 수석 지질학자 킹 후버트 박사는 미국의석유생산 추세를 분석하다가 직관적으로 종형곡선(bell-curve)을 생각했다.
석유생산이 계속 증가하지만 자원의 한계로 어느 땐가 최고수준을 치고는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게 된다는 것이다. 후버트 박사는 미국의 석유생산량이 정점을 이루는 시기를 1970년대 초라고 예측했다.
후버트 박사의 문하에 케네스 드피에스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학생시절부터 석유기술자인 아버지를 따라 탐사현장을 누비며 전문가적 소양을 닦았다. 후버트 박사의 종형곡선 예측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던 그는 “미국에서 석유의 시대가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프린스턴 대학 교수로 직업을 바꿨다.
그로부터 약 15년 후 후버트 박사의 예측은 거의 적중했다. 미국의 국내 석유생산은 1970년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 곡선을 탔다.
드피에스는 1990년대 초반 종형곡선 이론을 세계석유생산에 적용하는 통계분석작업을 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곡선의 최정점이 2004~2008년에 나타날것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게 왜 충격적이었을까. 미국은 자국 석유 생산량이 종형곡선의 정점을 치고 하강했어도 중동 등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의 석유 생산량이 정점을 치고 하강곡선을타게 되면 인류에게 남은 일은 오일쇼크뿐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걸프전쟁이 종료되고 석유값이 배럴당 12~13달러에서 안정되었던 10여년 전의 예언이다.
공교롭게도 올해가 그 2004년이다. 석유는 에너지일 뿐아니라 문명의 소재이다. 석유를 토대로 한 문명이 흔들리고 있다. 지금 고유가의 고통은 그충격의 미미한 서곡에 불과할 것이다. 지도자들이 석유의 귀중함을 깨닫고, 그 효율적인 사용과 대체 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김수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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