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亂世)의 영웅을 그리듯, 출판 영화 학술 등 2004 문화계를 휩쓸고 있는 영웅 열풍. 그 정점에 선 KBS 100부작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이 드디어 9월 4일 첫 전파를 탄다.140여 종 1만여 점의 무기, 길이 19m, 높이 5m, 무게 80톤에 달하는 거북선 등 실물 크기의 전투선 6척, 1만5,000평에 이르는 전라 좌수영 세트장, 총 제작비 350억원….
김훈의 ‘칼의 노래’, 김탁환의 ‘불멸’을 원작으로 한 ‘불멸의 이순신’은 드라마 제작사상 전례가 없는 막대한 물량이다.
해상전투를 실감나게 재연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감독김문생이 이끄는 30명의 전문인력이 포함된 대규모 특수영상팀도 투입했다.
이들은 특히 1~4회에 선보일 명량ㆍ노량 대첩 전투신을 위해 두 달간 300여 컷의 CG를 만들었고, 실사와 CG를 결합하는 장면 외에도 공중에서 육ㆍ해상 전투를 내려다 보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3차원 CG로만 구성된 장면도 삽입할 계획이다.
2004년 10대 기획의 하나로 이 작품을 준비한 KBS는 시청률 확보를 위해 주말 밤 편성 전략까지 새로 짰다. 전작 ‘무인시대’의 방송시간을 밤 10시10분으로 늦추면서 SBS 드라마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지적에 따라, 주말 ‘뉴스9’ 방영시간을 현재 30분에서 20분으로 줄이고 시사 프로그램을내보낸 뒤 밤 10시부터 ‘불멸의 이순신’을 방영하기로 확정했다.
또 모바일 콘텐츠 업체 아이넥스와 4억원을 들여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 ‘불멸의 이순신’을 첫 방송에 맞춰 선보일 예정이고, 지하철 내 영상광고를 내보내는 등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쯤 되면 일일극, 주말극 등에서 고루 선전하고는 있지만 인구에 회자될만한 똑 부러지는 화제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KBS가 ‘불멸의 이순신’에‘올인’했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래서인지 18일 경기 용인 민속촌에서 만난 제작진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특히 이순신 역을 맡은 탤런트 김명민은 “원작 ‘칼의 노래’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감정이 무뎌질 때마다 교과서 삼아 본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한 제작진은 ‘성웅’ 이전에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 공개한 8분 가량의 메이킹 필름에서 이순신 장군의 최후가 ‘자살’로 해석될 수 있게 그려진 것도 그런 맥락. 김명민은 “분신과도 같은 부하 이영남까지 죽은 상황에서 더 이상 선조와 왜군이라는 두 칼에 괴로워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편안하게, 총알을 몸에 품는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는 간신의 대명사로 여겨져 온 원균에 대한 재해석도 시도한다. 원균 역에 캐스팅 된 최재성은 “여진족이 벌벌 떨었다는 당대 맹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그런 인물이 왜 이순신과 대립했으며 역사에 간신으로 남았는지 꼼꼼히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김대성기자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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