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체제의 출범은 필연적으로 당 운영방식과 역학구도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우선 그 동안 당권을 잡고 있던 이른바 '천·신·정' 세력의 입지가 일정부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의장은 당내 소수파이긴 하지만 당권파보다는 비 당권파의 핵심인 '김근태(GT) 그룹'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이 의장이 평소 당권파의 당 운영방식에 비판적이었고, 이 의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탈당파와 GT계가 정통 재야 출신이라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더한다.당의 한 관계자는 "이 의장은 당권파·GT계·노무현 직계 그룹으로 이뤄진 삼각구도의 꼭지점에 있다"며 "그러나 협력 상대를 찾는다면 분명히 GT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엔 앞으로의 정국이 정기국회 등 국회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에서 이 의장이 영향력을 발휘할 공간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내년 초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당내 각 세력의 경쟁을 조율할 이 의장의 입지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향후 당 운영 형태의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 의장이 원외이자 당내 소수파로서 당 장악에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19일 "상임중앙위원 시스템은 그대로 둘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내 각종 기구의 대표를 상임중앙위에 참여케 하는 등의 방안을 찾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문호를 개방, 제 세력이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이해와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당내에는 "시스템이 있는 만큼 지금 체제로 그대로 가면 된다"(문희상 의원) "당을 안정적으로 끌어나가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는 등 의견이 다양하다. 특히 당권파는 "리더십의 공백이 있는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이 의장은 이날 "의장은 신작로의 교차로"라며 "사통팔달 하면서 누구하고도 통하겠지만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조정 시스템을 만들되 의장의 역할과 권한은 분명히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이부영 의장은 누구
열린우리당 이부영 신임 의장은 19일 "내년 1,2월 전당대회까지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소임을 다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특히 "임시지도부로서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해 '이부영 체제'가 과도체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의장 개인으로서는 정치 입문 14년 만에 본격적인 실험대에 오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언제나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던 그가 원외라는 한계를 극복, 집권당의 방향타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전민련 공동의장으로 재야활동을 마감하고 1991년 현실정치에 참여했다. 그 후 정치역정은 파란만장했다. 크게 보아 구 민주당→한나라당(신한국당)→열린우리당 등 3차례의 자리이동을 했지만, 어느 곳에서나 주류측을 견제하는 역할을 자임했다.
민주당 부총재를 지냈지만, 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하며 국민회의를 창당하자 합류를 거부하고 노무현 대통령, 김원기 국회의장 등과 '꼬마민주당'에 잔류했다. 김 의장 등이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창설하자, 이번에도 합류를 피하고 97년 대선 때 조순 전 민주당 총재 등과 함께 신한국당과 통합하게 된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주류였던 그는 지난해 7월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의원, 이우재 전 의원 등 5명과 탈당, 열린우리당 창당멤버로 참여했다.
이 의장은 우리당 내에서도 당 지도부와 다른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어왔다. 3월 12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직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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