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을 볼 때면 늘 마음 든든하다. 시상대에는 늘 태극 마크의 한국 선수가 오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18일(한국시각) ‘6연패’를 이뤄낸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은 오직 한국 뿐이었다.‘한솥밥 선후배’ 박성현(21ㆍ전북도청)과 이성진(19ㆍ전북도청)이 사선(射線) 앞에 나란히 서있는 모습은 ‘역시 양궁은 최고’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세상에 거저 먹는 것은 없다. 한국 양궁이 ‘천하무적’으로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유 하나. 올림픽 금메달보다 태극마크 다는 것이 어렵다. 지난해 11월부터 네 번의 국가대표선발전과 세 번의 평가전 등 일곱 번의 대회(총 28회전)를 거치면서 160명은 16명으로 줄었고 최종 평가전서 뽑힌 남녀 각각 3명씩 6명의 궁사들이 아테네로 떠났다. ‘활의 나라’ 한국에서 이미 피를 말리는 대장정을 거쳤으니 올림픽 무대에서 만나는 적수는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
이유 둘. 양궁은 과학이다. 최첨단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양궁 훈련 시스템은 단순히 ‘과녁 놓고 활 쏘면 된다’는 수준이 아니다. 선수들은 휴대단말기(PDA)를 통해 자신의 기록을 정리하고, 그 내용은 ‘10년 공들여 만든’ 전용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기술 분석이 이뤄진다.
시뮬레이션 기법도 도입했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마지막 한 발을 쏠 때까지의 줄거리를 동영상과 내레이션으로 만들어 선수들의이미지 트레이닝에 활용한 것.
이유 셋.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을 기르는 갖가지 훈련이다. 한국 양궁팀은일찌감치 이번 대회 최대 복병을 바람과 소음으로 꼽았다. 그래서 잠실야구장, 경륜장 등 바람 불고 사람 많은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활을 쐈다. 전방 군부대에서 합숙하며 ‘정신 무장’까지 더했다.
20일 펼쳐질 여자단체전 정복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바람이 다소 걱정될 뿐 중국도 대만도 적수는 안된다. 부전승으로 8강에 선착한 한국은 윤미진-이성진-박성현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라인업을 가동한다.
오조준 능력이 세계 정상급인 윤미진이 첫 주자로 나서 정확한 풍향을 읽고 이성진의 ‘힘’으로 10점 과녁을 뚫은 뒤 신중함이 돋보이는 박성현이마무리 한다는 전략. 그 탄력으로 장용호-임동현-박경모의 남자 단체전도 금메달을 노린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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