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노숙자가 아무런 이유없이 여성을 선로로 떠밀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책임을 물어 지하철공사에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안전펜스 등 승강장 추락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은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승강장 추락사고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은 승강장 사고에 대해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거나 역내 설치된 CCTV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경우에 한해 일부책임을 인정해 왔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최동식 부장판사)는 18일 노숙자 이모(50)씨가 떠미는 바람에 선로로 떨어져 진입하던 전동차에 치여 숨진 안모(당시 41세·여)씨의 유족이 이씨와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억1,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고의로 떠밀어 발생한 사고이기는 하나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만큼 공사측이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에 승장장이 매우 혼잡하고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추락사고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만큼 다른 교통수단보다 고도의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며 "안전선, 안내방송 만으로는 사고를 방지하기에 부족하고 최소한 안전펜스 정도는 설치해 지하철 이용승객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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