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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꽃보다 예쁘게 자라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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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꽃보다 예쁘게 자라는 아이들

입력
200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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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집 베란다엔 볕이 잘 든다. 그의 아내가 몇 포기의 화초와 몇 그루의 꽃나무를 가꾼다. 그 중에서도 그 집 네 살배기 아들이 틈만 나면 만지고 싶어 하는 것이 제법 예쁜 모습으로 조록조록 열매가 달려 있는 능금나무화분이다.“이거 손으로 이렇게 따면 안돼.” “이거 손으로 따면 엄마가 맴매할 거야.” 엄마는 수시로 그렇게 주의를 주었다. “엄마. 이거 손으로 이렇게 따면 안 되지?” 아이도 수시로 그렇게 확인을 했다. “그래. 이거 따면 엄마가 맴매할 거야.”

그렇게 단단히 확인하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어느날 꼬마가 기어이 능금나무를 상대로 사고를 쳐놓았다. 엄마가 열매를 따면 안 된다고 그랬고, 그럼에도 그게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던가 보다. 엄마가 시장에서 돌아와 보니 그 화분의 능금나무 열매들이 모두 이빨 자국이 나 있더라고 했다.

엄마가 열매를 따면 안 된다니까 그걸 손으로 따지는 못하고 나무에 붙어있는 채로 죄다 입으로 꼭꼭 씹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나, 그거 안 땄어요.” 하더란다. 어느 집 아이나 그 나이엔 이런저런 사고(?)를 치며 능금나무 열매보다 더 예쁘게 자라는 것이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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