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고유가, 경제 대국들의 성장률 둔화, 테러 위기의 상존, 풀리지 않는 이라크 사태 등이 낙관적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투자를 기피하며 '현금이 최고(Cash is King)'라는 유동성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불확실성 확대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의 확산은 최근 일제히 악화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주요 경제지표에서 잘 드러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미국의 6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월간 사상 최고치인 558억 달러)와 일본 및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둔화 등을 근거로 "세계 경제가 지금까지의 호황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일찍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각국의 생산과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비관론은 그 어느 때 보다 고조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전세계 펀드매니저 2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분의1만이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호전될 것"이라고 낙관했을 뿐 과반수 이상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실적 둔화
경기 침체 전망이 우세한 만큼 기업실적에 대해서도 낙관론이 적었다. 메릴린치는 세계 기업들의 이익 전망에 대한 조사결과, 3년 여 만에 처음으로 부정적 견해가 우위를 점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중 18%가 "세계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단 2%만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금비중을 높여라
불확실성은 펀드의 현금 확보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메릴린치 조사에서 이례적으로 응답자의 30%가 현금 보유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실제 평균 현금보유 비중이 최근 1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메릴린치는 "이같이 높은 현금보유 비중은 3년 전 9·11 테러사태 직후와 2002년 10월 이라크 전을 앞두고 신용대란을 겪을 당시와 맞먹는 투자심리의 불안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봐워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펀드 매니저들이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를 접고 현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금보유를 통한 '주주 이익 환원'을 권하는 의견이 재투자 등 '자본 지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실시한 주주 이익 환원조치와 일맥상통한다.
또 미국 주식을 가장 매력 없는 투자처로 꼽은 펀드매니저들의 비중이 51%로 전월의 43%에 비해 높아졌다는 사실은 세계 경제의 축인 미국 경제를 불확실하게 본다는 생생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