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희의 재발견? 그렇게 말하시면 고맙죠. 충청도 사투리의 재발견? 그것은 맞아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악한은 이번 영화가 처음일 겁니다. 느물느물한 사투리가 오히려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것, 이것이 박찬욱 감독이 노린 거죠.”배우 임원희(34)는 표준말로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20일 개봉하는 한중일 합작 옴니버스 공포영화 ‘쓰리, 몬스터’를 보게 될 관객은 이런 표준말에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박찬욱 감독의 ‘컷’에 등장한 괴한, 능글맞고 어눌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면서 5분마다 사람 손가락을 도끼로 잘라내는 엽기적인 악마가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다찌마와 Lee’ ‘재밌는 영화’ ‘실미도’에서 보여준 코믹 이미지는 오간 데 없다.
“사투리 때문에 죽는 줄 알았어요. 제가 원래 서울 토박이거든요. 그래서 충청도 온양 출신의 류승완 감독이 직접 녹음해준 카세트테이프를 수없이 듣고 맹연습을 했죠. 촬영현장에서 대본이 바뀌면 곧바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았을 정도니까요.”
‘컷’은 영화감독(이병헌) 집에 침입한 괴한(임원희)의 이야기. 엑스트라출신의 이 괴한은 피아니스트인 감독의 아내(강혜정)를 피아노줄에 꽁꽁 묶어놓고, ‘유능하고 부자이며 착하기까지 한’ 감독 내면의 악마적 본성을 끄집어내는 별종 인간이다.
“아내가 피아니스트니까 제발 손가락만은 다치게 하지 말라”는 감독의 애원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피아노 치는 냥반을 손가락을 짤리야 의미가 있지 발가락을 짤르므는 그게 뭔, 옘병 지랄이여….”
“아마 괴한도 감독 개인이 밉지는 않았을 거예요. 천국 가서도 잘 살게 될 지배계층에 대한 반발이 한 개인에게 향했던 것 같습니다. 잘린 손가락을 믹서기에 갈아버리는 게 너무 세지 않냐고요?
호러영화 보러 오는 관객은 아마 그 정도는 용인해주실 겁니다. 어쨌든 이번 영화는 비주얼, 즉 때깔이 아주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빠르게 카메라가 줌인하는 것도 인상적이고. 박 감독은 하여간 대단한 사람입니다.”
결국은 감독 칭찬에 열을 올리는 임원희. 그럴수록 그의 맨살이 궁금해졌다. 그는 1995년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극단 목화에 입단,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데뷔한 정통 연극배우 출신.
“사실 제 코믹배우 이미지는 영화데뷔작 ‘다찌마와 Lee’때부터 시작된것인데, 이건 정말 우연이지 실제 제 모습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나도 모르는 제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같은 소속사인 최민식 선배가 제 모델이죠. ‘파이란’의 최 선배, 대단하지 않나요?”
쉴 때는 뭐하냐고 물었다. 그냥 1주일에 5일 술 먹고, TV 보고, 축구 보고 한단다. 그것도 백수보다 더 비참하게. “흔히 영화배우라고 하면 돈 많이 버는 걸로 생각하는데, 작년에 ‘실미도’, 올해 ‘쓰리, 몬스터’, 이렇게 2년 동안에 2편이에요. 무슨 돈을 벌겠습니까. 아직도 어머니는 남대문시장에서 여자속옷을 파세요. 그래도 돈 때문에 일하지는 않으니까 이렇게 배우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그의 다음 작품은 ‘사투리 사부’ 류승완 감독의 복싱 소재 휴먼 드라마‘주먹이 운다’. 최민수 류승범과 함께 “벼룩의 간을 빼먹고 살아가는 놈”으로 출연할 예정. 그러나 지금은 우선 ‘쓰리, 몬스터’를 많은 관객이 봐주길 바랄 뿐이라고. “지가 이렇게까지 성심으루다가 허는디 그래두저기 헌다무는, 지 입장이 증말 초라해지거든유.”
/김관명기자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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