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20일 미국 콜로라도주의 콜럼바인 고교에서는 900여발의 총알이 난사됐다. 그리고 13명이 죽었고 23명이 다쳤다. 이 사건을 일으킨 두 소년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이것이 바로 당시 세상을 떠들썩케 한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해 이들이 즐겨 들은 악마적인 록음악이 문제라느니, 사람 죽이는 비디오 게임이 문제라느니 등의 분석을 내놓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거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Elephant)’는 바로 이 사건이 발생한 당일 하루의 일을 그렸다.
눈부시게 평화로운 고교 캠퍼스에서 ‘갑자기’ 발생한 16분간의 악몽 같은 순간. 같은 사건을 다룬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이 이 사건의 배후로 미국인들의 호전적인 총기구입 습관 등을 꼽았다면, 산트 감독은 보다 다층적인 이유를 들이대고 있다.
집단 따돌림, 비디오게임, 인터넷, 손 쉬운 총기 구매, 기성세대의 무관심, 부모의 부재, 텔레비전, 히틀러 등등.
영화는 그러나 결코 도식적이지 않다. 오히려 사건 발생 직전의 교정에서 뛰놀던, 각자 고민도 많고 꿈도 많은 어린 친구들의 삶을 거의 영화상영시간(81분) 내내 보여준다.
우유를 병째 마시고, 다이어트를 위해 좀 전에 먹은 음식을 토해내는 그 또래의 아이들…. 영화가 여러 등장인물의 시선에서 같은 장면을 여러 번재구성해 다시 보여주는 것도 이런 아이들의 일상과 개성을 조금이라도 더많이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알렉스(알렉스 프로스트)와 에릭(에릭 듈런)도 친구들과 마찬가지였다. 방안에서 피아노곡 ‘엘리제를 위하여’를 치던 알렉스와, 친구의 피아노곡을 들으며 조용히 책을 보던 에릭은 왜 미치광이 살인병기가 되어야 했을까.
감독은 극중 교장에게 총구를 들이댄 에릭의 입을 빌어 이렇게 설명한다.“왕따시키지 말라구. 나 같은 애가 또 찾아올 거야!”
하지만 어쩌면 이 것도 사건의 모든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제목처럼, 눈을 감고 귀, 다리, 코, 상아 등 여러 부분을 더듬는다고 해서 코끼리 전체의 모습을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영화는 콜럼바인 사건을 통해, 폭력으로 모든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려는 지금의 세대 전체를 비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관람등급 미정. 27일개봉.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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