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땅’ 아테네에 수많은 별들이 명멸하고 있다. 세계적 스타들이 이변의 소용돌이 속에 빛을 잃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신성들이 탄생해 올림픽의 별자리를 바꿔놓고 있다.18일(한국시각) 지붕없는 아테네 올림픽수영장 위로 큰 별 하나가 떨어졌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남자수영 자유형 50m와 100m 부문에서 난공불락의 1인 천하를 지켰던 수영스타 알렉산더 포포프(32ㆍ러시아). 개막식에서 러시아 선수단의 기수로 나서기도 했던 포포프는 이날 자유형 100m에서 결선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예선 탈락,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케 했다.
아테네 올림픽테니스센터는 스타들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브라질의 테니스 영웅 구스타보 쿠에르텐과 비너스 윌리엄스(랭킹 12위)-앤디 로딕(랭킹2위ㆍ이상 미국)조를 각각 남자 단식과 남녀 복식 1회전에서 탈락시킨 이변의 코트가 이번에는 세계 남자테니스랭킹 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마저집어삼켰다.
로딕은 이날 단식 2회전에서 세계 랭킹 79위의 토모스 베르디크에서 1-2로역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린 단(중국)은 시드도받지 못한 싱가포르의 로널드 수실로에게 0-2의 어이없는 패배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
하지만 아테네 하늘은 새로운 별빛으로 가득차고 있다. 18일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에서 마리엘 자그니스(19ㆍ미국)는 전 세계 챔피언 탄슈(중국)를 15-9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왕좌에 올랐다. 나이지리아가 본선 티켓 1장을 포기하는 바람에 행운의 출전 자격을 얻었던 자그니스가 세계 스포츠 최강국 미국에 올림픽 출전 108년 만에 처음으로 펜싱 종목 금메달을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유도에서는 일리아스 일리아디스(17)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유도 남자 81㎏ 8강전에서 한국의 권영우(마사회)를 연장 접전 끝에 따돌린 데 이어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의 로만 곤티욱을 누르고 금빛 월계관을 머리에 쓴 일리아디스는 유도 부문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의 영예와 함께 조국 그리스에 올림픽 출전 사상 첫 유도 금메달 선물을 바치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아테네=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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