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차로 진 게 아쉽다”고 했지만 그는 기적을 일궜다.18일 오후(한국시각) 마르코풀로사격장. 이틀 전 한국 올림픽 역사상 클레이사격 트랩 첫 메달(동)에 이어 더블트랩에서도 첫 메달(은)을 안긴 섬 처녀 육군중사 이보나(23ㆍ상무). 경기만 보면 1점차 패배였지만, 황무지에서 열매를 맺은 그녀의 은메달은 승리였다.
이름도 생소한 더블트랩은 국내 등록선수가 고작 4명. 그 중 한명, 그것도 처음 나선 올림픽 꿈의 무대에서 일군 성과이기에 이보나가 아테네에 새로운 신화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세기 귀족들의 비둘기 사냥을 모태로 태어난 클레이사격은 영국 헝가리 등 유럽이 전통적인 강세인데다 최근엔 미국 호주 중국 등도 강호 대열에 합류했다. 동호인만 몇백만 명이 넘는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트랩 현실은 ‘황무지’나 다름 없다. 지금까지 한국 더블트랩의 성적을 보면 그의 은메달은 상상초월이다. 여자 더블트랩이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애틀랜타(1996)가 처음. 시드니 땐 선수가 없어 출전조차 못했다. 이보나가 아니었다면 아테네에서도 더블트랩은 여전히 관심 밖이었을 터이다.
이날 결선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본선을 공동1위(110점)로 오른 이보나는 다섯번째 시도에서 한발을 놓쳐 역전 당했지만 11번째 시도에서 재역전 하는 등 시종일관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킴벌리 로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로드는 애틀랜타 금메달, 시드니 동메달에 빛나는 더블트랩 강자.
이보나는 “욕심을 부린 탓에 졌다”고 했다. 무엇보다 1점차 패배가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2004아테네월드컵에서도 1점차로 4위에 그친 경험이 있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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