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부친의 친일행적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주인공은 윤태곤(30)씨로 밝혀졌다. 진보적 인터넷 매체인 '미디어 참세상' 기자로 활동중인 윤씨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 의장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친일진상규명 작업이 보다 확실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윤씨는 지난달 13일 인터넷 사이트 '진보누리'에 올린 '친일진상규명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범학교 출신으로 일경 간부를 지내다가 해방이후 미군정에서 경찰간부로 재임용 돼 지리산에서 공비토벌에 나섰다는 신 의장의 아버지 신상묵은 친일파가 아닐까"라며 신 의장 부친의 전력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이 같은 의문을 푸는 단서는 뜻밖에도 신 의장이 제공했다. 신 의장이 5월 신임 인사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친과 박정희 전대통령이 같은 대구사범학교 출신이라며 친분을 강조한 것. 이에 윤씨는 "한 명(박 전대통령)은 일본군에 입대했는데 다른 한 명(신 의장의 부친)은 무얼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진실 캐기에 나섰다.
하지만 윤씨가 신 의장 부친의 전력에 관심을 갖게 된 근본적 배경은 그의 가족사 때문이다. "신 의장 부친은 1940년 28대 1의 경쟁을 뚫고 일제 헌병의 길을 걸었고, 나의 조부는 같은 시기에 대구 형무소에서 항일비밀결사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윤씨는 "신 의장 부친과 내 조부의 우울한 대조는 광복과 국가수립으로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화했다"고 말했다. 신 의장 부친은 광복 이후 미군정 경찰에 투신해 빨치산 토벌대장, 제주도경국장, 경무관 등을 역임한 반면 반면 윤씨 조부는 일제의 고문 후유증 등에 시달리다 5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윤씨는 전했다.
윤씨는 최근까지 가족들이 드러내기를 꺼려온 조부의 행적을 각종 문헌과 기록, 주변의 증언을 통해 치밀하게 추적, 이달 초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대상자 심사서류를 제출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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