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의 낙마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속내는 결코 편치 않다. 신 의장을 읍참마속 시킨 여권의 칼날이 조만간 한나라당, 그것도 박근혜 대표로 향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기남 물귀신 공세'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놓고 당내 고민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지도부는 일단 "연좌제는 안 된다"는 것과 "선친의 과오를 숨기고 거짓말을 한 신 의장과 박 대표는 경우가 다르다"는 두 가지를 강조하며, 과거사보다는 민생·경제 쪽에 눈을 돌리라고 여권에 거듭 촉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권이 제의한 국회 내 과거사규명 특위수용 등 공세적 대응책을 검토하는 등 양동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계속 수세적으로만 대응하다가는 끝 없이 밀릴 것"이라는 당 안팎 여론과 무관치 않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당이 느닷없이 친일조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있는 데 이러면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진실규명에 수백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신 의장 일을 해결하면 마치 자신들이 깨끗해져 야당을 공격할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민을 적과 동지로 이분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행동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부부간에도 아무리 용서를 전제로 과거를 털어놓는다고 해도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듯이 우리는 진실규명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몰고 올 혼란과 갈등, 국민 분열을 우려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한 핵심 당직자는 "박 대표의 생각이 특위 구성 등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다"며 "검토 후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적극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과거사를 털고 가자"는 주장을 폈던 비주류 의원들은 목청을 더욱 높였고, 신중론쪽이었던 의원들도 '과거 털기' 주장에 동조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 때의 경험을 봐서라도 이 문제는 당이 나설 것이 아니라 박 대표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라며 당사자 해결론을 주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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