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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한국축구, 말리에 0:3 뒤지다 8분새 3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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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한국축구, 말리에 0:3 뒤지다 8분새 3골

입력
200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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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여신 니케는 '김호곤호'에 미소를 지었다.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18일 지옥과 천당을 오간 끝에 기적 같은 동점드라마를 연출하며 8강에 진출한 것은 런던올림픽(1948) 이후 56년 만의 쾌거다. 조별리그 도입 이후 처음이자, 도쿄올림픽(64)이후 6번째 도전에서 달성한 금자탑이다.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김호곤호가 8강에 진출한 데는 실력만큼이나 운도 따랐다. 말리에 이어 A조 2위(1승2무·승점 5)로 8강에 오른 한국은 위기의 순간마다 터져준 상대의 자책골이 2개나 됐고, 우리 선수의 슛이 수비수를 스치고 들어간 것도 2개 였다.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른다는 자만심이 화를 불렀다. 수비가 채 정비되기도 전에 테네마 은디아예에게 핸들링 반칙성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당황한 듯 24분과 후반 10분 잇달아 골을 허용했다. 이때까지 멕시코가 1-0으로 앞서 그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한국은 8강 문턱에서 주저앉아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밤잠을 설치며 응원한 국민들에게 8강 진출의 짜릿한 선물을 안겼다. 후반 12분까지 0-3으로 뒤져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이 동점드라마를 연출하는 데는 8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축구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김호곤호의 황태자 조재진(23·시미즈)이었다. 후반 12분 김동진의 왼쪽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 물꼬를 튼 조재진은 2분 뒤 똑 같은 상황에서 방아찧기 헤딩으로 두 번째 골을 잡아내며 2-3,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한국에게 8강 진출의 행운을 안겨 준 것은 조재진도, 이천수도 아니었다. 말리의 수비수 아다마 탐보우라였다. 두 골을 똑 같은 상황으로 순식간에 내준 말리는 19분 최성국이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당황한 탐보우라가 헤딩으로 볼을 걷어낸 다는 것이 오른쪽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3-3, 동점이 된 것. 한국은 종료 9분전 말리의 공세에 골대를 맞는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어진 실점위기를 김영광의 선방으로 잘 막아내 천금 같은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신들의 땅에서 펼쳐진 극적인 8강 드라마는 선수소집 난항, 와일드카드의 잇단 부상 등 악재를 극복하고 이뤄낸 쾌거였다.

/아테네=박진용기자 hub@hk.co.kr

■스타 조재진

결국 '차돌머리' 조재진(23·시미즈)이었다. 그가 내뿜은 두 골이 한국팀을 예선 탈락의 악몽에서 깨우며 올림픽 8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이뤄냈다.

조재진은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그 동안 휘두를 장수가 없어 녹슬어 있던 탄탄한 조직력과 빠른 공격이라는 한국 축구의 막강한 무기가 '젊은 킬러' 조재진에 의해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팀 내 최다인 3골을 뽑아내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았다. 주변의 지나친 기대가 그의 어깨를 짓누른 탓일까. 조재진은 앞서 열린 그리스와 멕시코전서 공격 포인트 하나 올리지 못한데다 멕시코 전에서는 변변한 슛 한번 날리지 못해 '조재진은 없다'는 여론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좌절은 영웅 탄생 드라마의 감동지수를 높이기 위한 극적 장치였을 뿐. 10명의 태극전사가 '귀신에 홀린 듯' 말리에게 내리 3골을 빼앗긴 뒤 전쟁을 포기할 순간. 선봉장 조재진의 눈은 매섭게 빛났다. 후반 12분. 조재진은 '방아찧기 헤딩'이라는 필살기를 내리쳤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던 말리의 철벽 수문장 바시리는 첫 골을 허락해야 했다. 불과 2분 후 조재진은 또 한 번의 헤딩슛으로 말리의 골 네트를 흔들며 말리의 넋을 빼놓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자책골 탐보우라/네티즌 "X맨 고마워"

'기가 막힌' 헤딩슛으로 한국 축구를 56년 만에 8강에 진출케 한 숨은 주역. 말리의 수비수 아다마 탐보우라(19·드욜리바). 한국과 말리전의 '최고 스타'는 단연 그였다. 네티즌들은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자책골에 대한 갖가지 뒷얘기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그의 헤딩 슛의 정확도를 볼 때 '실수'가 아닌 계획된 슛"이었다며 "이번 대회에서 가장 멋진 골"이라고 치켜세웠다. 탐보우라에 대한 환영의 글도 끝이 없다. 한 네티즌은 "탐보우라가 '내 몸엔 붉은 악마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며 "그를 K리그에 영입해 최고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우리에게 큰 선물을 안긴 그를 한국에 귀화 시켜야 한다"며 그의 주민등록증을 만들기까지 했다.

특히 네티즌들은 탐보우라를 지난 1993년 미국월드컵 최종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헤딩골로 한국의 본선 진출을 도왔던 이라크의 자파르에 견주었다. 자파르는 나중에 한국에 초청까지 받았다.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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