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권력기관들의 과거사 조사가 국무총리 주도 아래 이루어질 것이라고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각 기관들의 조사활동을 총리가 총괄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국가 기관들의 자체 고백을 촉구한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따라 국가정보원이 조사기구를 구성키로 한데 이어 국방부와 검찰, 경찰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과거 규명 작업을 정부가 앞장 서 보자는 형국인데, 과연 올바른 접근 방식인지 의문이 적지 않다. 과거사 규명이 논란에 싸인 것은 그 명분이나 당위성보다는 정략적 분열적 소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의 과오, 은폐된 진실을 밝히자는 뜻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이를 정권이 주도하는 경우 정치적 작업으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가기관의 자기반성이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일사분란한 대오로 이를 선창하는 방식이어서는 일이 제대로 되기는커녕 오해와 논란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대통령의 연설이후 이들 기관의 처신부터가 권위주의적 행태를 벗지 못한다. 국가정보원이 즉각 자체 조사를 천명한 것은 정권기관이 아닌, 정보기관으로서의 위신을 손상시킨 인상을 주었다.
당초 ‘조사할 것이 없다’던 다른 기관들이 잇달아 뒤따르는 모습은 더 한층 옹색하다. 뒤늦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해 봐야 겠다”는 국방부나 법무부의 반응들은 과거규명의 내용이나 실체에 대해 선뜻 동조가 안되는 데서 나오는 의문은 아닌가.
청와대측은 자체 조사의 객관성 담보를 위해 시민단체 참여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 또한 무리다. 의문사진상조사위 같은 독립적 법률기구도 어려운 씨름을 했던 터에 권력기관의 자기조사를 인정받겠다는 발상은 섣부르다.또 참여하는 시민단체의 객관성은 누가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미래를 위해 과거를 정리하겠다면서 오히려 국정의 혼란을 양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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