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인문대학 교수연구실 357호는 방학인 요즘에도 밤 늦게까지 불이훤하다. 사학과 김성보(42) 교수가 한ㆍ중ㆍ일 학자가 함께 쓰는 역사교과서를 집필하고 있기 때문이다.김 교수가 이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1년 일본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일제의 만행을 부인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는 역사교과서를 내놓으면서부터. 이를 계기로 그는 ‘일본 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에 참여한다. 이후 운동본부와 일본의 양심적인 학자들은 서로 연락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로 하고 여기에 중국 학자들도 참여했다.
그 결실이 2002년 중국 난징에서 열린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 포럼’. 이 포럼에서 학자들은 3국이 인식을 공유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19세기 중반 이후 현대까지 근현대사를 300페이지 분량으로 담은 중학생용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다. 각 국에서 2명씩 대표로 집필하되 메이지 유신에 대해서는 일본 측이 기초하고 30여 명의 각국 위원이 검증하는 식으로 분담했다. 한국 측에서는 김 교수와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가 집필을 맡았다.
“가칭 ‘3국이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내년 5월 각국 언어로 출간됩니다. 학교에서 부교재로 많이 쓸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분위기가 좀 복잡한 게 사실입니다. 지난 주 안양에서공동 집필 모임을 가졌는데 중국 측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극도로 발언을자제했습니다. 그 분들은 ‘현재 동북공정이 진행 중이고 고구려 문제는 그 중에서 작은 부분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초보 단계의 학술 문제에 대해 한국이 문제 제기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다만 그 정서는 이해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더군요.”
그 동안 의견차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호를 한국으로 할 것인지 조선으로 할 것인지, 한국전쟁 부분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등은 아직도 토론중이다.
우리 측은 이 교과서가 나오고 나면 고대사 부분으로 작업을 확대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측이 꺼리는데다 특히 중국은 정부기관인 사회과학원 소속 학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김 교수는 “충돌과 토론 자체가 동북아 공동체의 평화로 가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국 일본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3국 모두 자기 자신의 역사만을 공부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교류를 등한시하면 상호 이해를 해칩니다. 특히 각국청소년들만큼은 주체적이면서도 개방적인 역사인식을 함께 가져야 합니다. 공통의 역사인식이 마련되지 않으면 민족주의적 편향이 고조되고 갈등과마찰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고구려사 왜곡 문제도 적극적인 교류와 합리적인 토론 속에서 가닥을 잡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