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 양인수(49)씨. 그는 요즘 전셋값 걱정 없이 저렴한 월세를 내고 살수 있는 집이 생긴다는 기대감에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힘든 운전에도 흥이 절로 난다. 버스기사 월급만으로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학비 등 생활비와 전세자금 대출 이자까지 물기에 빠듯했던 양씨에게 서울시가 버스기사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소식은 단비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 2010년 입주 가능'
이르면 2010년 양씨 같은 무주택 버스기사들에게 전용면적 15평 이하의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서울시는 17일 "현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9곳 42만2,230㎡(12만7,700평)을 해제, 공영주차장을 마련하고 이들 부지에 총 4,000여가구의 임대주택을 지어 이중 일부를 무주택 버스기사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가 기존에 공급하는 임대주택 공급 대상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249만원)의 50% 이하인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특정 업계 종사자에게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임대주택 건립에 활용될 공영차고지는 수색동 일대 은평권역과 하일동 일대 강동권역, 장지동 일대 송파권역, 신정동 일대 양천권역, 신내동 일대 중랑권역 등 이미 완공된 5곳과 도봉동 일대 도봉권역과 개화동 일대 강서권역, 천왕동 일대 구로권역, 우면동 일대 서초권역 등 4곳 등 모두 9곳.
서울시는 2007년까지 이들 9개 공영차고지 건립을 모두 마무리하고, 그린벨트를 해제되는 대로 착공에 들어가 2010년부터는 입주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검토 초기 단계인 만큼 공급 시기와 규모, 대상자 선정 기준 등 세부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일반 무주택 영세민들과 다른 업종 종사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공급 비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개선 기대, 형평성 논란
임대주택 공급 등 버스기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면 대중교통 서비스 질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버스기사들의 주택 임대 부담이 크게 주는 데다 차고지 가까이 살게 되면 출퇴근 시간이 짧아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한편에선 형평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크다.
시민 김학수(38)씨는 "임대주택 공급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입주시키면 영세민들이 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며 "버스 기사에게만 임대주택을 지어주면 택시나 지하철 등 다른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형평성 시비가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 지역은 모두 그린벨트로 개발이 제한돼 있어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그린벨트가 우선 해제돼야 하는 문제점도 남아 있다.
시 관계자는 "이미 건교부에 그린벨트 해제를 요청한 상태지만 환경부와의 협의 등을 거치려면 상당기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해제가 되면 그로부터 3년 정도 후부터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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