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한중 역사전쟁을 일본 보수파가 ‘수정주의 사관’ 정당화에 활용하려는 조짐이 일고 있다.산케이(産經) 신문은 16일자 사설에서 한중 양국의 고구려사 논쟁이 중국의 대국주의적 국가의식, 한국의 민족적 자부심에 바탕하고 있고, 양국 모두 필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국의 태도로 보아 일본의 역사는 일본인의 관점에서 씌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 일본 보수신문의 주장으로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 신문은 3년 전 역사교과서 파동을 몰고 온 중학교용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낸후소샤(扶桑社)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이른바 ‘수정주의 학파’의 선전역할을 맡아 왔다.
따라서 내년 문제의 교과서 개정판에 대한 문부성 검정 및 채택 과정에서일본 보수파의 공세가 크게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우려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중국과 힘을 합치지 못한 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과거사 문제 전반에 외롭게 대처해야 한다.
사실 일본 보수파의 이런 태도는 결코 의외가 아니다. 한중 양국 대 일본이라는 전통적 대결 구도가 깨지는 순간, 한중일 3국이 저마다 역사 민족주의에 입각해 서로 물고 물리는 3각 논쟁 구도가 탄생했다.
한 쪽의 민족주의가 다른 양쪽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적대적 공생관계’의 확대 재생산, 또는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유일한 방략은 체제 특성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중국 민족주의를 예외로 두어 고립시키는 한편 일본 보수파를 제약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중도ㆍ진보 지식층과 제휴할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 역사 민족주의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역사전쟁의 한가운데 선 우리의 진정한 고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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