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후 베네수엘라를 소용돌이치게 한 대통령 소환투표 논란이 15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지만 정국 혼란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야권은 16일 차베스 대통령 측이 "엄청난 부정행위를 자행했다"며 국제기구의 전자투표기 조사 및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권은 "자체 출구조사에서 소환 찬성이 60%를 넘었지만 전자투표기 조작으로 결과가 역전됐다"며 야권 지지자들의 대규모 가두 시위를 촉구했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은 야권 지도자들에게 회동을 제의하며 "야권은 명예로운 패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젠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시작해야 할 때이며 자본주의와 가짜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 확립 외엔 다른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참관인단을 이끈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미주기구(OAS)의 세자르 가리비아 사무총장은 16일 "참관인단의 집계 결과도 베네수엘라 선관위의 개표 결과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차베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정치권의 극한대립은 여야 지지자 간의 유혈충돌로 이어졌다. 16일 수도 카라카스에선 "소환투표는 사기극"이라고 외치는 야권 시위대에 총격이 가해져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야권 시위대들은 사상자의 피로 물든 국기 주위로 몰려들어 "차베스의 피를 원한다"고 흥분했다.
미국과의 첨예한 대치 상황도 여전하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종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승리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야권이 부정행위 증거를 내놓는다면 미국은 베네수엘라 선관위가 이를 철저하게 조사하길 바란다"고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반면 중남미 국가 대부분과 유럽의 좌파 정부에선 차베스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하고 베네수엘라 정국의 조속한 안정을 희망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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